한 동안 아니 지금도 유행하는 사진찍기가 있는데,
몇 십년 전 혹은 몇 년 전 그 장소, 그 자리에서 변했지만 그때의 사진처럼 포즈를 취하고
그때의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것이었어요.
뭔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그냥 재미지요.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것만 가득하니 변화없는 사소한 자리가 위안을 주고 따뜻한 감성을
건네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주 오랜 기억들이 가득한 동네를 한 바퀴 돌아봅니다.
마음이 허 한 날엔 왠지 슥삭슥삭, 스케치를 해봐도 좋겠어요.
오랫만에 마주하는 나의 사촌오빠와 그의 아내를 만납니다.
오빠를 따라 대학가인 이 곳에서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시험기간이라 바쁜 오빠를 불러내서 놀기도 했던 철없던 시절..
그래도 참 아련하고 재미있던 시절이라고 생각해요.
친구들과도 정신없이 드나들던 대학가 앞은 왠만해선 남아있는 익숙한 곳이 없었는데
그래도 마주하는 옛 간판들이 반갑습니다.
오빠를 기다리며 더위에 호가든 한 병을 마셨습니다.
호가든이 한 병뿐인지라 오빠에겐 버드와이져를 대령했고
곧 출산을 앞둔 그녀에겐 수박쥬스를 주문해 주었어요.
어색함과 반가운 속에 흐르는 소소한 대화와 현실에서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추석시즌에 시댁인 부산에 내려갈 때 시간을 내서 재만남을 기약합니다.
20년이 지났지만 좋은 추억과 기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나의 사촌오빠에게
감사와 안녕을 기원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그와 그녀의 인생이 알콩달콩 빛나기를...
또한 나도 나의 남편에게 배려와 사랑을 전달해야겠다는 마음도 되내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