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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엄마의 나들이

서울, 종로> 광장시장에 가다.



 따사로운 봄볕이 느껴지는 하루,
지하철을 타고 종로5가에 내려 광장시장구경을 나서봅니다.
이른 봄을 준비하려는 손님들이 농원 앞에서 이쁘게 피어날 꽃씨들을 찾으십니다.
맛있게도 먹을 수 있는 각종 채소의 씨앗들과 꽃봉오리들이 어서 날 데려가세요~
인사하는 것 같군요.
나의 어머님도 봄이 되면 곧 잘 시들지만 팬지 등을 사다가 앞마당에 심어주곤 하셨는데
왠지 설레고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봄이 오긴 했네요.


저것이 뭣인가 알록달록 색채감에 따라가보니 신발들이었어요.
싼 고무신발들이었는데 사이즈를 찾아달라면 쑥쑥 뽑아주시는 것이 생활의 달인 수준입니다.
저렇게 많고 많은 신발들과 사이즈들 중에서 빠른 시간안에 알아보고 찾아주시는 것을 보면
항상 정리하고 외우고 익히신 습관적인 모습들이 보이네요.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건 자신의 모습에서 전문가적인 모습을 보이심은 멋지십니다.
외국물품들도 구입하는 곳이 있는데 먹거리와 화장품 등이 많았어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일본제 캐릭터 사탕을 하나 골라보았습니다.
호빵맨 얼굴의 사탕이었는데 맛은 비둥비둥하군요.
차종류도 2개구입하고 엄마드릴려고 홍삼캔디도 한 봉지 샀어요.
아이들의 한복은 참 귀여운데 외국인들도 많으시고 해서 인지 알록달록 색감좋은 주머니,
지갑, 노리개 등의 용품들도 대량으로 싸게 판매하고 계십니다.


고등학교 가사, 가정시간에 옷만들기를 하려고 한 번 정도 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전보다 훨씬 다양한 패턴의 옷감들을 이쁘게 개어놓으셨네요.
1마에 얼마 이렇게 소량으로 구입했었는데 솜씨가 좋다면 아이들 옷과 가방을 만들어주고
싶은 멋진 천들을 보니 그런 쪽으로는 조금 힘들겠거니 하고 꿈만 꾸어봅니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패턴을 잘 그려서 만들어도 항상 사이즈가 작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그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래서 손재주 좋았던 나의 친구들이 뜨개질이고
옷본이고 알아서 대신 이쁘게 만들어주어 평가를 받았던 생각이 납니다.
폐백과 이바지음식을 구입할 수있는 가게들과 바로 시원한 찌개와 함께 먹을 수 있는
횟집도 있네요.
좀 더 편리하게 옷이나 용품들을 만들 수 있도록 장식용 단추들이나 무늬패치와 로고등도
구입할 수있어서 소소한 볼거리들이 가득하네요.


오래된 재봉틀을 돌려 금새 수선을 해주시는 할머님들도 보이십니다.
두꺼운 안경을 쓰시고 재빠른 손놀림을 보여주시는 모습이 아름다우시네요.
시장 안으론 귀엽고 작은 카페도 있으며 물건을 옮겨주시는 오토바이 아저씨들의 기다림도
눈에 띄이네요.
모두 각자의 다양한 직업속에서 서로 웃으시며 일하시는 모습이 즐겁고 알차게 느껴집니다.
전통시장에 가끔 나서면 은은하게 묻어나는 정이라는 느낌과
삶의 치열함과 유연함 등 다양성과 상반된 감성들이 느껴져서 멍한 느낌도 받게되는데요.
고론 멍함..
잠시 현실에 머무름이 살아가는 삶의 향기를 느끼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긴긴 네버앤딩 스토리가 되는 설명과 함께 아이들과 가족들과 와도 좋은 곳이지만
오늘은 온전한 혼자만의 감성으로 돌아다니니 자유롭군요.


점심시간에 다다르자 광장시장의 먹거리부분은 엄청 북적거립니다.
휘익 하고 둘러보니 족발, 돼지껍데기, 순대, 팥죽과 호박죽 등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역시나 유명한 빈대떡과 녹두전은 알아서 돌아가는 맷돌을 옆으로 하고 치익 하고 익어가는
소리와 함꼐 기름내를 풍겨 시선유도를 합니다.
시식코너도 있는데 양파를 썰어넣은 새콤달콤한 양념장에 찍어먹으니 참 맛있네요.
비올 때, 와서 친구와 앉아 막걸리나 소주에 두어시간 쉬어가고 싶은 곳이에요.
앉을 곳도 다양한데 어디에나 끼어앉아도 불편함을 잊게 할 친구하나 있다면 안성맞춤입니다.


못먹는 것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의 먹거리가 유명하지만 우리나라도 배고픈 시절을 겪어왔기
때문인지 돌아보면 참 먹거리들이 다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먹거리의 다양성보다는 조리나 양념의 다양화겠다는 생각이네요.
고기인데도 삶고 튀기고 조리고...돼지의 귀에서 부터...순대까지..
조금은 역한 냄새이기도 하지만 이런 곳에서는 그런 면을 보여서는 아니되기에..
많은 사람들 사이에 꾸역꾸역 끼어서 뭣이 있나 돌아봅니다.
잔뜩 쌓여진 반찬들을 가득 내어주시는 보리밥집과 커다란 밀대로 반죽을 밀어 금새 끓여내어
주시는 칼국수와 손만두 까지 다 먹어보고 싶었어요.
그 중에서 선택은 마약김밥과 떡볶이였습니다.
많은 양을 혼자 먹기에도 그렇서 좋아하는 스타일로 주문했는데
아주머니도 친절하시고 일본어도 꽤 잘하시지만 바쁘고 밀리다보니 위생적인 면은
조금 부족스러운 느낌이었답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의치않고 싶을 만큼의
웃음과 이야기와 사람의 냄새와 삶의 치열함이 가득한 광장시장의 모습에서
열심히 살아야겠구나...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속에서 자칫 나른해지기 쉬운데
봄을 맞이해서 새로운 시각도 갖고 좋은 돌아봄의 날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약간은 진취적으로 의욕적으로 살아감도 나쁘지 않겠다 싶습니다.
아직은 배울 것들이 많은 ....사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