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랫만에 전철을 타고 나들이에 나서봅니다.
춘천가는 기차는~으로 시작되는 가수 김현철의 노래처럼 왠지 설레임을 줘서 대학친구들과 엠티라고 거짓말을
가족에게 남긴 뒤 친했던 여성 5,6명끼리만 강촌으로 다녀오곤 했었던 추억을 떠오르게 하네요.
이제는 전철이 생겼다니 상봉역으로 가족은 몰려나가봅니다.
그러나....남편의 검색한 결과 ITX는 상봉역이 아니라 용산이나 청량리에서 탑승이 가능하다하니
할수없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일반 전철을 타게 되었어요.
2002년 2월에 생겼다는 ITX는 2층까지 있는 기차이며 춘천까지 빨리 간다고 해서 구경좀 해볼라고 나왔다가
생고생을 하였네요.
정오가 지난 춘천으로 가는 지하철은 그나마 이용고객이 적어 괜찮았는데 돌아오는 상봉행 기차는 완전 사람많아서
한 시간 조금 안되는 시간을 부부가 번갈아 가며 딸을 안고왔고 아들은 베낭을 매고 가셨다가 돌아오시는
철퍼덕 바닥에 앉아오시는 아주머니들을 보고 배웠는지 냅다 바닥에 앉아왔습니다.
친정엄마를 모시고 가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스러웠고, 다음엔 도로가 막힐 지언정
차량을 이용하자 부부는 굳게 마음을 먹었드랬습니다.
풍경이 멋져보인다는 남편의 이야기에 대성리역에 내렸습니다.
몇 번 이 근처에 와본적이 있는 엄마는 대성리에 놀거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하차했는데
정말 많이 변한 역주변을 제외하고는 놀거리 ...없습니다. ㅜ,ㅜ
전철을 타고 기대감에 부풀었던 남매는 잠이 들었고 아들은 번쩍 깨었습니다.
안내도와 관광지소개를 보던 남편은 왜 내렸느냐..뭐라하고...본인이 좋아보이신다매요..했더니
별 말이 없으십니다.
시간도 그렇고 쁘띠프랑스, 아침고요수목원의 위치는 애매모호하여 그냥 근처에서 놀고자 했어요.
약간 걸어서 역시나 볼거리없는 대성관광지에 접어듭니다.
이것 저것 뭘 조성하시려는지 나무를 꺽어내고 모래를 듬뿍 싸아두신 조성의 기운이 가득한 광활한 대지네요.
새로 지은 현대식 건물의 펜션의 앞으로 수상레져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있었는데 아들이 원하여
들어갔더니 딸도 번쩍 깨서 타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워 타보기로 했습니다.
조금 허접스런 구명조끼를 입고 탑승을 대기합니다.
강이 바닷색으로 느껴져 엄마는 심장이 뛰었습니다. 물은 너무 무서워요.
아이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의 표정으로 그러나 재미있겠다며 일단 타보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며
멀리 부릉부릉 모터소리를 요란하게 내는 우리가 탈 모터보트를 기다립니다.
아들은 땅콩보트와 바나나보트를 알려줬더니 추후에 호두보트를 타자고 해서 엄마를 박장대소하게 했는데
무척 챙피해하며 놀리지말라고 아빠에게 이르더군요.
놀리는게 아니라 웃겨서 그런거냐..하긴 땅콩이나 호두나 견과류긴 하다만..ㅋㅋ
드뎌 출발했는데...구명조끼도 안입은 구리빛 피부의 선글라스를 끼신 동남아인을 연상케하는 운전하시는 분은
어떤 운전을 원하시냐며 운전을 시작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있으니 천천히 하시겠다더니...본인이 심심하셨는지 냅다 상하좌우로 흔들어대시는 묘기를 보이시며
운행을 하십니다.
부자간은 재밌다고 신이났고 딸내미는 철봉손잡이를 꽉 두 손으로 부여잡고 고개를 파묻으셨어요.
우나 싶어서 쳐다볼 새도 없이 흔들리는 운행에 엄마도 카메라를 부여잡고 살살 하시라며 소리를 질렀어요.
우리 가족은 수영도 못한단 말에요.
아저씨는 구명조끼도 착용안하시고 수영을 잘하실라는지는 모르지만..우리는 그렇다구요~~
속으로만 울부짖었네요.
짧은 코스를 성수기가 아니라서 길게 운행을 해주신 것인지, 아니면 원래 도는 코스가 이렇게 긴 것인지
몇 만원을 주고 한 가족이 탑승했는데 오랫동안 잘도 태워주셨어요.
아들은 정말 재밌다고 함박웃음을 깔깔거리며 다음번엔 보트의 가장자리에 앉아보고 싶다며 신나하고
남편은 아들이 이제 동남아에 가서 물놀이를 함께 즐겨도 좋을 나이가 되었다며 함께 들떠합니다.
잘 탈것만 같았던 우리딸은 머리카락이 산발이 된 채, 고개를 조금 들어보더니 내릴 채비를 하네요.
걱정했는데 다행히 울지는 않았어요.
긴장했다 풀리니 왠지 기운도 없고 배도 고픈것 같아서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큰 선택의 폭이 없어요.
맞은 편에 그나마 깔끔해보이는 막국수 집으로 들어갑니다.
오픈한지 얼마안되셨는지 말끔한 외관에 아이들과 가니 좌식자리로 안내해주시더군요.
아이들 먹기 좋게 양념장을 따로 내주시고 시원한 냉수도 나오고
일단 맛을 떠나서 서비스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막국수는 맹맹하게 느껴지는 강원도 음식인지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부부인데
깔끔하고 시원스러운 맛은 있었으며 다른 것은 없고 오직 감자만 갈아부친듯한 감자전은 맛있었습니다.
*수제막국수 :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 399-31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어딘가에서 좀 더 뛰어놀기를 바래 가까운 대성초등학교에 들어서자니
관광객들이 들어서면 좀~~하시며 교문을 닫으시는 아저씨가 계셔 쫒겨납니다.
이대로 갈 수는 없다며 " 아빠, 더 좋은 새로운데로 가자~"종용하는 딸과
좀 더운데 시원한 데로 가자는 아들을 다독거리며 집으로 가려해요.
자다 일어나 놀다가 밥까지 먹은 니들은 기운일 날지몰라도
이제 늙어가는 아빠, 엄마는 집에가서 밥먹고 나가수2보고 싶다.
전철을 기다리며 대기하면서 아까 모터보트를 탔던 곳을 마주보니 멋진 산과 강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하면 이런 푸르른 자연과 놀거리가 있는 우리나라가 참 아담하면서도 실속을 갖춘 것은 아닌가
해외여행을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생각이 듭니다.
대신 소소한 놀거리, 먹을 거리, 사람들의 인정이나 서비스 등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 많지요.
앞으로 좀 더 보강되고 좋아지길 기원하는 바입니다.
멀리 뻐꾸기도 아니곤 종을 알 수 없는 희안한 음색을 가진 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과 전철 오기를 기다리니 우리 계획에서 빠지게 되었던 ITX가 휙소리를 내며 두 어번 지나갑니다.
다음엔 타보긴 타보고 싶은데....아무래도 차량을 이용해서 오게 되지않을까 ...남편과 웃어봤어요.
청평역은 그래도 오래되었지만 강이 내려다보이고 자질구레한 기둥의 낙서들이 나름의 운치가 있었는데,
대성리역처럼 완전 새것 되어있겠죠.
이렇게 달라진 대성리역을 보자니 깔끔스러운 것이 좋기도 하지만
왠지 추억을 상실한 현대인이 등장하는 미래SF영화를 본 듯..조금은 멋적은 느낌입니다.
공존하는 전통과 새로움의 중간에서 개선을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알고는 있지만
좀 남겨두며 발전시켜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이건 예전의 그 곳인지..새로운 곳인지 10년이 되기전에 강산이 변하니 좋은것인지 긴지 아닌지
분간도 안되겠습니다.
그래도 경기도 양평과 가평엔 자주 오게 될 것 같아요. 차량으로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