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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엄마의 나들이

서울, 강북> 남편과 성북동 데이트

 

 

 아이들을 원에 보낸 오전 시간..

남편과 오랫만에 데이트를 해보려고 합니다.

평일의 한가로운 성북동은 여전히 고즈넉히 여유자적한 거리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도 나오지않는 책집,

성북동 책집입니다.

친구에게 소개받아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 산으로 올라가 소리한 번 질러봐! 대신 찾게 되는 곳인데

명쾌한 답변은 아닐지라도

마음속의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한 번쯤 내면의 소리를 듣는 방법을 알게하는 곳이에요.

물론 어떤 편견적인 견해없이 들려주시는 할머님의 이야기도 좋지만

일단 옛 주택을 너무 이쁘게 꾸며놓으셔서 살고 싶은 욕심이 나게 하는 집이 참 좋습니다.

 

 

아이들은 가능하면 아침식사를 꼬옥 시키고 등원시켜야함을 원칙으로 삼는 엄마는

집밥의 힘을 믿어 머리가 좋아져서 성적이 날로 쑥쑥 오르는 것을 바라지는 않으나

올바른 심성과 든든한 뱃속이라는 크나큰 심적안정감을 가져 가능하면 지키고 있답니다.

고로 조금 늦게 기상하신 남편을 제외한 엄마, 아들, 딸은 아침식사를 해서 든든할 지언데..

책집에서 너무 집중을 하였거나 대기하신 이유로 배가 고파 조금 날카로와지신 남편과 아점을 먹습니다.

엄마에겐 과한 열량이 걱정이긴 하나 이래저래 재고 식당에 들어가기엔 남편의 심기가 신경쓰여

그저 그냥 유명스레한 금왕돈가스에 들어갑니다.

물론 파킹하기 편한 이유도 한 몫..

이런데는 차를 가져오면 안된다고 오전시간에만 몇 천번은 들은 것만 같은...중압감이 밀려옵니다.

물론 저도 당신과는 이런 곳에 같이 오면 안되~하고 날카롭게 맞장구 칠까봐 사뭇 조심하였습니다.

아마도 조식을 하지않았다면 저도 날카로워 졌을수도...그래서 아침밥의 힘을 믿습니다. 장난하냐

 

아...그래서 들어가서 정식을 두 개 주문했는데 특별한 맛은 아니나 추억이 떠오르는 노랑 스프가 나오고

곧이어 파삭한 돈가스와 부드러운 함박스테이크와 생선커틀렛이 곁들여진 커다란 접시도 나와요.

아주 맛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잘먹고 나와서 동네를 한 바퀴 휘휘 돌기로 합니다.

돈가스 좋아하는 남매 생각이 간절했을 남편네입니다. 말하지않아도 나는 알아요~찌질해

 

 

친구와 거닐었던 거리를 남편과 걷자니, 계절도 바뀌었고, 동행한 사람도 바뀌었지만

동네가 주는 편안함의 기분은 같습니다.

심우장은 끝에 변절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오르지않기로 하고 동네의 위 쪽으로 걸어가봐요.

만두집, 설렁탕집...아들이 좋아하는 메뉴의 음식점들 속에서 남편은 또 아들 생각을 했을것이나

그러거나 말거나 아내는 지금의 데이트시간이 낭만적으로 느껴질 뿐이에요.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만난 이정표에는 북악하늘길이 억새게 높디높아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잡게

하는 지도가 떡하니 보입니다.

바로 내려와서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해요.

 

 

걷는 길도 좋을테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성북동 하늘길 초행자의 눈에는 차량의 내비게이션이 믿을만하죠.

삼청각에 오릅니다.

북악산 자락에서 고궁의 느낌을 주는 곳으로서 가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장소같다는 생각과

옛 정치인들이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췄을 광경을 상상하니 그리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나에게 그런 권력이 생긴다면 지역마다 술집을 준비해뒀을 상상도 해보고,

남자라면 그렇기도 하겠거니 남편과도 대화하지만 씁슬한 장면이긴 합디다요.

그저 마음의 황량함만 가득한 체험일테니까 말이죠.

 

 

마누라는 여유있게 길상사쪽으로 해서 조금 걸어볼 심산도 있었으나 길을 모르는 우리는 그저 성북동의 비싼

주택가를 헤매이다 정릉 국민대 방향으로 내려가게 되었어요.

대체 이런 높다란 언덕에 눈이 오고, 비가 오면 어쩌는가를 고민하는 아내에게

제일 먼저 치워준다는 현실성 짙은 이야기를 해주는 남편은 성북동 베버리힐스에는 골프장도 있고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이 산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잘도 내려오셨습니다.

 

내려오며 만나는 서민들의 생활이 녹아있는 전경을 보니 국민대 친구와 한 잔 했던

추억의 버스정류장도 보이고...내가 살던 그 곳의 편안함이 좋더군요.

물론 노력해서 얻은 재력은 박수받아 마땅한 것이지만 함꼐 사는 아랫동네의 푸근함이 잠시지만 몹시도

그립더군요.

 

큰 욕심이 없는 남편과 아내는 남에게 손벌리지않고 우리의 힘으로 건강하고 평범스러운 일상을 즐기며

행복해하는 남매와 오손도손 사는 것을 낙으로 하고자 다시금 이야기했어요.

아이들과도 주말 혹은 시간이 나는대로 시간을 보내지만

부부, 둘만의 시간..특별할 것도 없는 시간이지만 함께 대화하고 밥 한 번 먹는 것은 참 좋은 일 같습니다.

다음엔 욕심을 더해 또 나오자 해봐야겠어요. 나이거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