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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엄마의 나들이

서울, 종로> 가을에 어울리는 부암동데이트

 

 

 남편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부암동에 나섭니다.

잘 알지못하는 동네인지라 차량을 이용하고 싶지만서도, 주차공간 운운하며 싸우고 당길 생각에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역 3번출구에서 내려 1020번 초록색 버스를 타고 부암동 주민센터에 하차합니다.

 

 

처음 방문했지만 약간은 익숙한 듯도 하고, 꾸밈없이 담백한 동네에서 간략한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요.

한 참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찾던 자하손 만두집이 바로 눈 앞에 있습니다.

남편과 아침식사를 하고 왔지만 들어가서 대기했다가 주문을 합니다.

만두국, 김치만두, 빈대떡을 주문하고 먹었는데 창가로 비치는 풍경이 아름다운 식사시간이 되었네요.

 

이 장소가 친정부모님의 결혼해서 사셨던 첫 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춰지기 전에 어떤 느낌이고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와보게 되었어요.

  

 

나의 추억을 따라 스치듯 살펴보는 기억의 저 편도, 나이를 먹으면 애틋해지는 것처럼

부모님의 오래 전의 기억, 삶의 내음을 찾아가보는 것도 신선한 느낌입니다.

청와대에 근무하셨던 아버지는 엄마와 결혼하신 뒤, 이 곳에서 언니를 낳으시고 사시다가

직업변경을 하시고 제가 오래 살았던 강북으로 이사를 하신 뒤, 저를 낳으셨다고 하시더라구요.

아가였던 언니의 사진으로나마 남겨진 풍경 속인지라 언덕에 모여있는 좁은 길들을 따라 위로 올라가 봅니다.

 

 

다양한 크기의 집들, 조용하고 안정된 느낌, 남편과 소소하게 둘러보며 언덕을 오르면 카페, 디자인회사 등등..

제 자리에서 조용히 일하는 개미들의 공간처럼 그 곳이 덩그러니 가슴에 올라옵니다.

다 비슷하거나 똑같이, 세련된 분위기를 내는 도심 속에서 다양성이라고 하면 좋고,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또 있는 개성을 나타내며 사람들은 살고 있네요.

 

 

오래 전,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의 이선균의 집의 촬영지였다는 산모퉁이 카페에 들어섭니다.

돌에 새겨진 돼지의 형상을 따라하는 남편은 내게 웃음이라도 주려는 것인지...

쌀쌀했던 오전의 날씨는 정오가 지나면서 따땃한 햇살을 내려주어서 우리는 야외 테라스에 높은 전경에서

마주하는 내리막의 전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습니다.

결혼하고 가져온 아내의 사진첩 한 번도 넘겨보지 않아서 내게 관심이 없나? 싶었던 남편의 성향을 아는지라

아내의 부모님의 첫 살림동네에 와보자고 하는 것이 선뜻 입 밖에 내어지지 않아

혼자 오려고 생각했다가 시간이 맞아 함께 오게 되었는데..

나름대로 혼자 와서 밥을 먹고, 둘러보는 시간도 좋겠지마는

남편과 함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있는 편이 아닌 남편은 대화를 하는 아내에게 일어나자 하십니다.

속전속결은 우리 둘 다 마음속에 가득한 부분이지요..ㅎㅎ

햇살이 가득하게 내리는 언덕길을 오르면 백사실계곡, 원각사 가는 길, 내리막 주택가 가는길로 갈라지는데

원각사 가는길로 내려가니 허흑...

빨리는 내려왔으나 집을 휘휘돌아 내려와야하는 계단길로서...ㅋㅋㅋ

그래도 길 눈하면 아내가 좀 있는지라 다양한 집들을 구경하고 남편이 마음에 드는 집도 찾아보며

눈오면 내려올 길이 사뭇 걱정스러운 부암동의 주택가를 내려옵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내려오다보니 큰 길과 마주칩니다.

무릎이 조금 욱씬거리던데 버스를 타고 광화문으로 나와 서점에라도 들리려는 남편을 종용하여 인사동으로 향해요.

인사동으로 걸어나가는 길에 마주한 경복궁 길인데, 남편은 또 여기가 어디냐며 서울에서 산지도 꽤 되었는데

부산사람 처음 서울방문해서 돌아볼 때처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몇 년전, 누구랑 와서 어캐어캐 했잔냐고 하자, 아함...하며 길치임을 인정하지요.

때마침 수문장 교대의식을 볼 수 있어서 정문으로 구경하며 인사동으로 걸어갑니다.

 

 

인사동에 들어서니 역시나 남매들을 위한 살거리에 눈길이 갑니다.

딸이 좋아할만한 핑크소녀 머리핀을 하나 골라담고, 이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귀염성있고 아기자기한 부분들을

찰칵~담아봅니다.

반지들도 너무 귀엽습니다만, 사면 어디로 그렇게 없어지는지...구입 패쑤..

 

 

아들이 좋아할만한 튀김만두를 사고, 함께 먹을 약과도 사고,

배는 부르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남편이 좋아하는 옥수수호떡을 하나씩 쥐고 먹어가며 인사동 구경도

마무리 합니다.

틈나면 나오는 서울구경에서 자주 나서는 인사동이지만 종로에만 나오면 자꾸 들려보고 싶어지거든요.

왜 꿀이 안나오냐 먹다가 뜨거운 꿀물이 흐르는 호떡을 부여잡는 마누라를 애처로이 바라보는 남편에게

쌈지길에서 본 컵에 써있던 문장을 이야기해줍니다.

"여자 말을 잘 듣자"

 

제겐 가족이 있고, 믿고 의지하며 사랑해야할 남편이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알고 지내며 가족을 이룬지도 어언 10년째에요.

앞으로도 어느 곳에서 어떤 추억을 쌓으며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소소하고 소중한 우리들만의 추억을 길게 길게

쌓아놓고서, 저 한 켠의 기억을 따라 남편과 성장한 아이들과 삶의 장소를 다시 돌아보고 싶은 가을 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