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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엄마의 나들이

서울, 성북> 월곡동돌아보기

 

 

 남편과 오전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점심 즈음에 집에서 나가보기로 합니다.

즉석떡볶이라도 함께 먹고 싶은데, 그리 즐겨하시지 않는 남편인지라 수제버거집에 가기로 했어요. 

집근처에서 수제버거를 맛 볼 수 있는 곳이 없는데 월곡동 애딕티드혼버거집이 있다고 해서 가봅니다.

한가로운 주중의 동덕여대 주변은 예전그대로 같기도 하고

조용하고 한가롭습니다.

 

 

 

생맥주 한 잔과 마셔보고도 싶었는데  없다고 해서 고냥 탄산음료가 곁들여지고 감자튀김과 버거2개를

선택해서 먹어볼 수 있는 점심세트메뉴로 선택하였습니다.

느끼하지 않은 고기패트에 양상치, 토마토, 오이, 양파, 치즈, 베이컨에 바베큐소스 맛이 나는 오리지널 혼 버거,

비슷한 고기패트에 비슷한 내용물이 들어가지만 달달한 칠리소스와 고구마가 곁들여지는 로맨틱버거에요.

남편과 나눠도 먹고 따땃해서 감칠 맛 좋은 감자튀김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왔습니다.

남매를 위해 포장을 해갈까 했지만 도서관도 들려야하고 야채내용물때문에 집에가면 별로일 것 같아서

고냥 나왔어요.

 

 

월곡역 쪽으로 다시 나와서 건너편으로 횡단보도를 건너옵니다.

남편이 이끈 곳으로 가자니 오래된 집들 담벼락에 너무도 귀여운 그림들이 그려져있습니다.

벽화마을이라고 이름지어진 다양한 지역으로 가보지 않아도 개발지역의 부분적으로 이러한 그림이 그려진

담벼락이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잘은 모르겠습니다.

군데군데 사람 한 명 들어서면 꽉 들어차는 작은 골목속에서 옛 향수도 느껴보고,

왁자지껄 몰려다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튀어나오는 듯한 환영을 느낍니다.

도시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추억이 쓸리고 새로운 아파트와 세련된 건물이 들어섬이 반가운 적도 있었지만

조금은 남겨두고 공존하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이 아쉬운 것을 보니 나이가 들었구나, 함을 느낍니다.

 

남편은 피톤치드가 쏟아져나올 것 같은 서울 국유림관리소로 이끕니다.

아쉽게도 몇 발자국 못가서 다른 부분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아두셔서 나와야 했지만 향긋하고 상쾌한

숲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도심에서 받으니 생소하고도 좋네요.

이왕 주민들과 좋은 것을 나누시려면 개방해주심이 어떠실련지...

 

 

 남편이 데리고 간 곳은 성북정보도서관이었습니다.

첫 아이를  임신하고 자주 찾던 곳이었는데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아침에 나가서 3,4시까지 집으로 돌아오지않으면 친정엄마가 전화를 주시던 시간이 한 없이 잘가고

컴퓨터도 할 수 있고, 육아와 출산에 대한 책들을 섭렵했던 곳인데...

역시 사람은 돌아보고 둘러보면 그 자리 그 장소에서 다시 만난다더니 ...

남편과 저는 인연이긴 한가보네요.ㅋㅋㅋ

 

 

1층에는 아이들과 함께 오면 좋을 만한 12월 프로그램들이 가득했고, 아이들과 함꼐 수업하는 방과 엄마와 함께

책읽는 좌식코너가 너무 깔끔하게 유리창으로 보여집니다.

부부는 3층에 가서 신간 서적을 뒤적거리고, 미리내도서관에서 발급해서 성북구 내 모든 구립도서관에서 사용이

가능한 회원카드를 내밀고 대여도 해봅니다.

참 좋은 시대인 것은 분명하네요. 카드한 장으로 나를 믿고 책을 내어준다니 말이죠.

 

1층 북카페에 와서 싸지만 향긋한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습니다.

어르신들이 친절하게 맞아주시는 북카페는 옛 다방분위기도 나고, 부담없어서 편안해요.

남편과 각자 한 시간 정도 책도 보고, 할 일도 하다가

약간의 대화도 나눠보고 참 좋은 장소,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펜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각자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많은 발전이 있고 변화무쌍한 현실에서

그래도 그냥 오래된 사진처럼 그리기나 클래식 등은 생으로 마주함이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자극적이고 화사하고 남다른 특징이 있는 최신 가요와 게임 일러스트, 광고 일러스트 등도

현실 세계에서는 무시할 수는 없는 예술장르이겠지만,

자꾸 뭔가 약간 부족스레 느껴지지만 따스하고 소박함이 남아있는 손그림, 펜그림이 좋아지더군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직업이 되면 변질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미술을 전공한 친구들에게 들어보기도 해서

돈도 특별히 들지않고, 그리면서 행복하고 재미있는 손그림을 요즘 그려보곤 해요.

 

남편과도 이야기 해보고 다른 부분에서도 비슷함과 다름을 느껴보곤 했는데

나이가 들고 남편과 십년 정도 교류하다보니 서글퍼지고 서운한 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감싸고 보듬고, 서로가 원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정리하는 마음의 기술적인

부분을 갖는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결론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외롭지않기를, 공감해주기를 원하지 않을까 싶네요.

 

남편은 그리기에 매료된 아내에게 학원을 다녀보라고 권하지만

직업적으로나 전문성을 띠고 싶지않고 스스로 즐기기를 희망하는지라 정중히 사양하였습니다.

작은 것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바를 이야기해보고 서로 도울 수 있다면 좋은 관계겠지요.

그래서 오늘...물었습니다. "문신해도 되요?"ㅋㅋㅋㅋ"안보이는 곳에 몰래 하라"ㅋㅋㅋ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가져봐야 겠습니다.

저도 너무 많이 변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