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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이야기>/테마투어

서울, 종로5가> 광장시장에 가다!

 

 

 주말, 늦게 일어나 아점을 먹었습니다.

차디찬 공기 속에 친정아버지께서 오셔서 가까운 곳으로 지하철을 타고 나가보시잡니다.

할아버지께서 사주시는 와플을 손에 들고 자리를 내어주시는 할머니들 옆에 앉아서 이동해봐요.

1호선을 타고 몇 정거장 가니, 종로5가역, 광장시장입니다.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쏴하고도 달짝지근한 음식냄새를 맡으며 사람냄새나는 재래시장속으로 입장해요.

머릿고기라고 돼지머리를 보자 코부터 부여잡는 딸과 많은 사람들 속에서 추위는 잊은지 오래됩니다.

 

 

알록달록한 색의 한복, 산을 이룬 신발들, 다양하고 맛이 궁금스러워지는 수입사탕과 초콜릿들,

딸의 눈을 사로잡는 드레스와 이쁘장한 구두와 장신구들이 구경하는 재미를 선사하네요.

집근처에도 재래시장은 있긴 하지만, 복잡스럽고 아이들을 챙기기도 신경쓰이는지라

싸고 재미도 있지만 가족 모두 나가기 버거운 장소인데, 어른들이 셋이니 가보자는 아버지의 권유로

나서게된 시장구경은 참 재미있었어요.

 

어릴 적엔 아버지가 사주시는 옷과 구두들을 입어보고 신어보고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하며 받았거늘

이제는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 등에서 편리하게 구입하는 것이 가능해지니 사람사는 냄새랄까~

요러한 소소한 재미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먹자골목에는 지지고 볶는 냄새가 가득해요.

명절이나 잔치집에서나 느껴지는 오래된 시골의 부엌냄새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러그러한 옛 향수를 느끼며 몇 가지 구입해봅니다.

역시나 유명한 빈대떡과 마약김밥, 팥죽을 구입해서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로 먹었답니다.

알싸한 양파간장을 찍어서 빈대떡 한 입, 겨자소스를 묻혀 마약김밥 한 입, 배부르던데요.

 

 

시장구경을 하던 딸이 아빠에게 안긴 채, 꾸벅거리며 졸아서

우리도 배는 고프진 않지만 먹자골목 속으로 함께 묻히기로 합니다.

좌석이 있는 음식점을 찾으니 왼쪽 골목의 끝에 박가네라는 점포를 알려주시네요.

뜨뜻한 방바닥에 앉아 가볍게 모듬전과 떡볶이, 소주한 병과 막걸리, 순대국을 주문했습니다.

어랍쇼~~뉘이니 벌떡 일어나는 딸인지라 모두 함께 냠냠 맛있게 먹기 시작해요.

솔직히 특별히 맛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저렴하고 투박스러움을 느끼게 해서 노인손님분들이 많은 것

같으며 언젠가 한 번 즈음은 함께 오고 싶으셨다는 아버지의 발그스레한 볼을 보니 좋습니다.

 

 

배도 부르고 아이들의 낮잠도 저만치 물러난 것 같아 앞 쪽에 있는 청계천을 걸어보기로 합니다.

늦가을, 초록이 묻어나던 광경은 어느새 사라지고 흰 눈이 소복스레 쌓인 길입니다.

아이들은 미끄러운 걱정도 없이 히히낙낙대며 또 어른들 손은 뿌리치고 냅다 달려나갑니다.

졸졸졸 흐르는 물사이로 아직은 꽝꽝 얼음이 군데군데 붙어 있어 봄이 되려면 아직도 멀겠거니~느껴지네요.

등축제를 본 것이 얼마 안된 것 같은데 4계절이 뚜렷해서 보는 재미도 있지만 세월이 너무 빠르게 느껴지고

다양스러운 면도 있는 기후입니다.

 

 

찬 공기에도 아랑곳 없이 앞으로만 쭉쭉 내달릴 것만 같은 남매를 구슬려 돌징검다리를 건너 다시 길 위로

올라옵니다.

밟지말라는 흰 눈 모아둔 곳으로 다니고 뛰고, 차가운 눈을 맨 손으로 잡고...

아이들은 정말 청개구리 짓을 하다가 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과 아버지와 남편과 짧지만 굵직한 종로5가 ,광장시장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개찰의 재미도 느껴보고 계단도 오르내리며 대중교통의 묘미도 느껴보구요.

할아버지가 손에 쥐어주시는 과자와 음료수와 어르고 달래며 오냐오냐해주시니

딸의 새침함은 점점 높아만 갑니다.

 

지하철도 그렇고 광장시장 내에서도 그렇고

나이드신 분들만 가득한 것을 보니 왠지 씁슬했어요.

그 안에 나의 아버지도 계실 생각을 하니 인생사가 나이먹음이 점점 외로워지는 것은 아닌가

슬퍼지려합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곳에 아버지와 함께 나가거나 식사하는 시간을 좀 더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잘 씻고 잘 드시라는 잔소리로 마무리하는 막내 딸입니다.

 

* 지하철1호선, 종로5가역 10번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