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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엄마의 나들이

충남, 보령> 대천역 친구네

 

 

 마음이 울적해서 길을 나섰습니다.

남편과 말다툼도 했거니와 최근 들어 너무 우울했었는데 아이들의 등원준비를 해서 보내고

남편에게는 짧은 메모를 적어두고 나왔습니다.

밥도 해놓고 집안일도 다 해놓았는데도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어디 혼자 나서지 못하였는데

글쎄요~ 봄바람이 불었는가 봅니다.

 

용산역에서 느릿한 기차를 타니 시골풍경이 고스란히 마음과 눈에 와 닿습니다.

혼자 나서는 이러한 바람나들이가 언제였는지...

이런 것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는데 가족과 함께였고 그런 것이 당연스레 또는 자연스레 여겨지게

되었던 것은 나쁘지는 않다해도 삶이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혼자서도 시간이 남아 멸치국수 하나 사먹고, 친구의 아이들에게 줄 아이들이 입었다 작아진 옷들과

새옷 꾸러미를 안고 두 시간 반정도 칙칙폭폭 달려서 대천역에 도착합니다.

 

 

아이들과 사는 또 다른 가정집인 나의 친구집은 정겹습니다.

창으로 확트인 논과 밭이 정겹고 흐린 하늘이 술 맛 땡기게 하네요.

역시나 꼼꼼하고 부지런함이 묻어나서 결혼 2년차인 주부답지않게 노련함이 묻어나는 살림살이들과

아이들을 보니 웃음이 납니다.

앞치마를 매고 집안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그녀의 바지런한 손길이 정겹게 느껴질때쯤

회와 맥주도 먹고 일찍 오신 친구의 남편분의 쭈꾸미 선물에 쭈꾸미 샤브샤브까지...든든한 안주거리네요.

 

 

다음 날은 햇살이 너무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친구와 누워 호호깔깔 배꼽빠지게 옛이야기도 늘어놓고

그녀의 귀여운 둘째딸을 씻기고 청소기를 돌리니

점심은 나가서 먹자며 바지런하신 남편분이 집으로 오셨어요.

서울에서 친한 친구가 왔다고 매우 신경을 써주시는 것이죠.

그녀와 그를 보면서 결혼으로 맺어지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룬다는 것을 조금은 떨어진 시선에서

마주하며 부러워도 하고 나의 가족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남남인 남과 여가 만나서 싸우기도 하고 조율하기도 하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꽤 모험적이며

책임이 따르는 막중한 일이면서도 애닯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차를 달려 개화예술공원에 갔어요.

너무나 넓고 아름답게 조성된 곳이어서 마음에 쏙 드는데 커다란 조랑말과 거위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동물들도

보이고 커다란 잉어들이 노니는 정겨운 연못도 참 이쁜 곳입니다.

천 년되었다는 모과나무, 벼락맞은 나무 등 깜짝 놀랄만한 부분도 눈에 띄여요.

 

 

미술관을 둘러보고 허브공원도 둘러보았는데 정말 잘해두셨네요.

아름다운 미술품과 향긋한 커피향이 가득한 카페를 나와  아름답고 오묘한 향기로운 다양한 식물들과

조경을 해두신 허브공원을 돌아보니 마음이 한껏 밝아집니다.

비빔국수와 해물파전을 두고 막걸리도 한 잔 기울여봐요.

소탈하신 나의 친구와 남편은 잘 어울리면서도 애틋하게 보여 나의 남편생각도 떠오르고

아이들도 그리워지네요.

칼로 물자르기라는 부부간의 싸움관계는 이렇게도 막을 내리게 되나봅니다.

하루 더 있으라는 친구부부의 감사한 마음을 뒤로하고 학부모회의도 있고, 아이들도 궁금하여

늦게 기차역으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짧은 일정이었지만 나의 친구와 지금도 눈에 아른거리는 순둥이 그녀의 둘째 딸과

코가 땅에 닿게 인사를 하던  큰 딸,

매우 솔직하고 정중하시면서도 말을 잘 들어주시고 호응해주시던 넓은 마음의 친구 남편분,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사는 스타일인 것을 알았지만

엄마로서도 열정적인 나의 친구 그녀를 보면서

삶에서의 새로운 애착과 방향을 느껴봅니다.

 

 

가차가 오길 기다리며 긴 긴 철길위를 바라다 보았습니다.

 

너무 오래 지속되어 그 속에 있다보면 본질을 잃고 객관성을 잃게 되어

현재 나의 상태를 망각하고 조금 쳐지게 되는 것 같아요.

사회적인 관계도 아니고 가정속에서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부딪히고 힘겹고 도태되어지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지금은 내 손을 필요로하는 나의 아이들과 남편에게 돌아가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름다운 나의 친구와 든든한 신랑을 마주하니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엄마가 없다고 하여 유지안되는 강스가족은 아니었고요.

이제 조금 성장한 듯한 엄마와 강스가족들도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개인시간도 줄 수 있게 될 때가

머지않은 것 같아요.

전 또 휙~여행을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오랜 친구와 가족, 나를 항상 돌아오게 만드는 징글징글벨한 강스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