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엄마의 일상

서울, 종로> 남편과 데이트하기

 

 

 

 

 남편과 해물탕이 먹고 싶다는데 의견을 합쳐 서울에서 맛있는 맛집 해물탕을 검색하니 거의 나오지 않았어요.

부산이 고향인 남편에게 신선한 해산물을 서울에서 접해서 평가를 이끌어 내기란 쉬운 것이 아니므로

원재료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마누라로서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지못할 것 같네요.

선뜻 나서지않고, 이럴때는 남편에게 맘에 드는 곳을 선택하라 일임합니다.

 

곰곰히 생각하니 친정아빠를 따라 갔던 광장시장에서 해물탕집을 본 것도 같아 일단 나섭니다.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에 내리니 역시나 검색했던 집은 외관상으로도 별로여서

종로5가 광장시장으로 슬슬 걸어갔는데.....

역시나 무지하게 뜨거운 6월의 태양빛이에요.

그래도 짐을 이고 나르는 지게아저씨들은 너무나도 힘겹게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십니다.

 

광장시장의 유명한 손칼국수집에 낑겨앉아 만두, 냉콩국수, 칼국수를 주문해봅니다.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시던데....주문배달에 자리잡은 손님들의 2, 3가지 음식주문에 정말 날렵하십니다.

맛도 좋고, 좋다기보다는 추억의 맛이랄까~ 양도 너무 많아서 먹어도 먹어도 줄지않는 칼국수를 남편이 함께

먹어도 주고 김치의 매운 향이 물씬 나는 만두도 양념간장에 찍어가면서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천장에 막이 있어서 시원하기도 하여 시장쪽으로 해서 이동해보는데

제가 생각했던 해물탕은 아니었고 생태탕이나 대구탕, 매운탕집들이더군요.

일본 핵문제도 그렇고 생태 등은 먹지말라는 친구들의 말이 머리속에 빙빙빙~~~

 

 

 

 

버스타기를 싫어하시는 남편이지만 종로서점까지 걷는데 너무 배부르고 더워서 두 세정거장만 타자해요.

사람도 많지만 쌩쌩 나오는 에어콘 바람에 땀좀 날려봅니다.

영풍문고를 가려고 내려가니 반디앤 루이스가 떡하니 보여서 그쪽에 갔어요.

냉방온도제한으로 어디를 가건 완전하게 시원스럽지않은 최근이지만 그나마 약냉방의 기운이 좋습니다.

아이들 책도 보고, 최근 책들도 보고...

왠지 둔탁하고 고지식스럽던 예전 책들이 그리워지네요.

표지도 내용도 산뜻하고 이쁘지만 왠지 고리타분했던 책냄새가 가득했던 책이 오리지널스럽고

자꾸 꺼내보는 맛도 있는 것 같아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변화하는 자가 살아남기 마련인 세상이라하니...

 

우리아이들도 살아가면서 세대차이도 나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도 슬쩍 듭니다.

 

가까운데 우리 인사동이나 갈까? 스리슬쩍 묻고 뒷골목으로 들어서서 남편이 좋아하는 커피마시러

스타벅스로 갑니다.

사이사이 골목길에 재미있는 모습도 보이던데 마당같은 넓은 곳에서 저녁에 마시는 맥주가 신선할 것만 같은

장미가 담뿍 핀 가게를 지나 길눈 밝은 아내는 금새 스타벅스를 찾아내었어요.

 

 

 

 

 

인사동이나 안국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할 걷기 좋은 서울의 장소이겠지만

저도 종로방향으로 나올 때면 들려보고 싶은 동네입니다.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바뀌고 퇴색되거나 새로워지고 있지만 추억은 방울방울 하니까요.

 

대학때 친구들과 자주 갔던 피맛골은 사라졌지만 오늘 골목으로 걷자니 몇 군데 이름이 비슷한 간판도 마주했고

아이들과도 와서 먹고, 구경했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물론 남편못지않게 이건 아들이 좋아하겠다, 딸이 좋아하겠네..하면서 아이들 생각도 하면서

소품이나 먹거리를 구입하기도 하니

서로 비슷해지는 것도 같습니다.

 

말이 데이트라고 하지만 서로 아니다 싶은것에 대한 눈치도 봐야하고

공유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는 않지만

함께 밥을 먹고, 아이들 없이 서로에게만 집중하면서 대화하고 손을 잡고 걸어보는 것도 참 좋은 일 같습니다.

더 더군다나 부부가 할 수 있는 일과 시간이 마땅찮은 우리 나라에서

소소스런 성격의 남편이 아니신데 이렇게 함께 해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죠!

 

 

 

 

 

 

 

물론 남편과 하는 데이트는 거의 먹으러 다니기입니다.

선호하는 먹거리에 공통점을 따라 집에서 가능하면 가깝거나, 남편에게 시간이 될 때

함께 나서서 먹고 오곤 하는데

꼭 맛있지 않아도 함께 해서 좋은 시간인 것 같아요.

 

뭣을 하거나 먹을 때 좋으면 아이들 생각부터 난다는 남편인데

여기는 아내가 좋아할 것 같았다며 데리고 오곤 해서

이 사람이 늙는구나~ 감사하기도 하면서도 구슬퍼지기도 합니다.

물론 늙으면 외로울 때 곁에 있어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자주 이야기해서

정말 그런가...그럴 수 도 있겠어요!

 

 

 

남편의 추억이 가득해서 그의 관한 그의 주변에 관한 20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용산입니다.

서로 다른 환경과 관심사에서 만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성장배경을 뒤로 하고

우연히 서울에서 만나 가정을 이루고 지지고 볶고 사는 그와 나에게

투닥거리지만 이내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다시 살게 될 수 있도록

항상 마음으론 가끔 바라게 됩니다.

 

중반 혹은 2/3 정도는 인생을 산 것 같은데

서로 너무 마음아프게 하지 말고, 가능하면 건강하게, 인생을 관망할 수 있고

함께 기대기도 하는 그런 부족스런 인간이지만 걸어가는 부부이길 바래봐요.

 

다음엔 미술관도 가주시고...

아무쪼록..아내에게 협조 혹은 끼어살기에 좀 더 눈치있는 남편이길 욕심내보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