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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엄마의 나들이

서울, 종로> 북촌걸어보기

 

 

 

 

 북촌한옥마을과 삼청동 일대를 거닐어 봅니다.

오늘은 산에 가려고 했는데 허탕을 치고, 홀로 거닐며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채워보도록 하려구요.

집근처를 돌려고 나왔던 상태로 버스를 탔더니 생각보다 가깝던데 꽃바지와 운동화와 조끼와 털외투는

최근들어 이 동네를 가득 메우고 있는 중국관람객 같습니다만..

단체로 이동하지않고 홀로 다니니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관광객으로 보여질 듯 합니다.

 

이 곳에서 살았던 기억도 없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편안하고 옛동네 같고 안정되는 것은

30.40세대의 시대적인 배경을 모두 품고 있는 장소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요.

새로 싹 밀어버리지않고 곳 곳에 소박하게 옛 모습들이 남아있어서...

 

 

 

 

어제까지만 해도 무척 추웠다는데 조끼와 털외투를 걸친지라 등어리가 뜨뜻해지면서 걷기 딱 좋아요.

햇살도 정말 따사롭지만 가끔 휑하는 찬 초겨울 바람이 정신을 바짝 들게 만들고..

어제 너무 추웠던 이유에선지 사람들이 많지않아서 홀로 쏴돌아당기긴 참 좋았습니다.

후두둑 떨어지는 낙엽들은 부지런하신 청소부 아저씨께서 쓸어담으셔서 아주 반들반들한 거리이며

손기술들이 묻어나는 다양한 상점들이 깜찍해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건물이 보이니 여기가 가회동이라 불리는 동네인가봅니다.

들어가보고도 싶지만 난 현대카드가 없으므로 패쑤....

 

 

 

걷다가 걷다가 걷다보니 안국동입니다.

위인들의 벽화는 세월을 말해주듯 많이 지워져있었고 저녁에 보던 저 길은 낮에 보니 새롭군요.

중국관광객은 더 많아보이고 풍년쌀농산이라는 간판이 있는 분식집은 터질 분위기였습니다.

한바퀴 휑하고 오니 정말 휑해져서 자리안착하고 떡볶이와 튀김을 주문했는데 역시 떡볶이는 밀가루 떡볶이...

양념은 칼칼하고 맛있었습니다만, 쌀떡이기도 하고 역시 분식은 친구랑 쫑알거리며서 먹는 것이 더욱 맛있죠!!

 

최근 유행하는 모직모자를 몇 번 뒤집어 써보고, 의류들도 구경하는데

꼭 구입하려고 맘을 먹으면 구입하게 되지않는 ...저는 욕심을 내면 안되는 인생인가봅니다.

 

 

 

아주 오랫만에 삼청동의 윗길로 올라왔습니다.

그리 힘들지 않은 언덕길인데 한 참 오르면 전망대도 있다는군요.

나를 처음으로 여기 데리고 온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깁니다.

그때는 좋은지도 어떤지도 모르고 그냥 동네겠거니 하면서 졸졸 따라당겼는데 많은 연인들과 친구들과

몰려다니고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을 보니 꽤 오래전 나의 20대가 떠오르는군요.

사람이름이나 생김새는 잊혀져도 함께 먹었던 차의 향, 햇살의 따뜻함...그러한 알 수 없는 기억들의 잔해가

더욱 깊이남는다는데 저도 예외는 아닌가봐요.

 

 

 

동네를 걷자니 나이가 들어가는구나하는 마음과 그래서 왠지모를 울적함도 감돌았던 마음이 노곤스러워집니다.

당연한 사실을 인지하지못하고 가슴이 먹먹해지거나 어떤 노래가 탁하고 귀를 사로잡는 것을 보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몽골몽골해져서 현실을 더욱 세밀하게 보는 힘도 생기는 것 같네요.

신체적으로는 기능도 슬슬 떨어지고 아프기도 하거나 하는데

단점은 장점으로 바꿔 생각하는 힘은 정신적인 것이니까요.

 

한옥과 최신가옥형태를 결합한 집을 짓거나 한옥을 내부만 변경해서 아니면 아주 조촐스러운 주택을 꾸며

살고 싶기도 했고, 여전히 그런 마음도 있긴 합니다.

집을 갖고, 차를 갖고, 가정을 꾸미고...세월 속에서 참 많은 것을 가지고 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욕심을 또 갖고

못갖은 것을 안타까워하며 바보같이 살고 있네요.

 

 

 

 

아름다운 북촌길...눈이 오면 미끄럽겠어요.

길을 걸으며 특별한 생각도 마음도 갖지않고 둘러보고 걸어보기만해도 마음은 새롭게 토닥거리며 다시 무너진 블럭을

쌓고 다잡으며 알아서 회생하는 느낌입니다.

오늘은 열심히 걸었으니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몸도 건강해진 듯 해요.

벌써 크리스마스 인테리어가 시작된 곳도 있고,,

사람은 떠나도 변함없는 세상의 굴러감이 아쉬울만도 하거늘...

해가 뜨고 해가 지고 사람들이 사는 이 세상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시작되고 마무리 된다는 것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나도 정진해서 살아볼테얏~~~

아들이 좋아하는 에그타르트 한 상자 사서 집으로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