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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엄마의 나들이

서울, 강북> 도선사와 북한산(용암문)

 

 

 

 남편과 가끔 생각이 나던 우이동으로 갑니다.

도선사라는 사찰에 가보기로 한 것이죠. 맥모닝을 사서 차 안에서 우걱우걱먹고 흐린 날씨속에서 이동..

오래 전, 아빠를 따라 나섰던 도선사를 남편과 가니 야릇한 기분이 듭니다.

도선사의 입구까지 차량으로 이동하고 걸어올라갔는데 도로 옆 낭떠러지가 무섭더라구요.

 

 

 

 

도선사의 안은 매우 정신없었는데 사찰도 보수하고 등도 달고, 보살님들의 염원이 가득담긴 다양한 것들이 가득해서

사실 조금은 안정되고 정돈된 마음으로 방문하였거늘...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또한 도심의 혼란속에서 잠시 피하고자 혹은 좋은 공기를 맡고자 왔으니까요.

아마도 대입시험이 얼마 전에 끝났으니 어머님들의 정성이 깃들어야할 시기였는가봅니다.

 

 

 

석탑도 보고 지폐도 넣고 작은 욕심도 가져보았는데 뒷동산의 다양한 모습의 보살님들은 무섭기도 하고

든든스럽기도 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이시면서 넉넉한 뱃살과 풍부한 유한 미소로 언덕에 차례대로 서 계세요.

모두 경건스런 자세와 표정이시어서 말하기도 좀 안쓰러운 그런 분위기..

 

 

 

 

남편과 둘러보고 우리 가족의 띠에 맞는 설명도 읽어보았습니다.

우리 집에는 소띠가 2분, 용띠와 개띠가 있으시니 맞는 부분도 보이고 참 기본적인 성향이나 들어맞는 부분은 있기도

하니 신기할 따름이죠.

남편과 식사를 약간 하고 북한산에 오르기로 합니다.

역시나 나물 2종류와 김치가 곁들여진 비빔밥이었는데 시원한 무국과 준비를 하셨습니다.

남편과 도란도란 절 밥을 먹으며 돌아나오니 설겆이를 하신답니다.

아주 깨끗이 닦은 그릇을 들고 들어가니 후식으로 수박까지...

가끔 생각해보면 저는 먹을 복과 인복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도선사: 서울 강북구 우이동 264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올라가 2km정도에 있다는 백운대를 오르기로 합니다.

평소 헬쓰와 야구연습으로 짱짱한 체력을 자랑하시더니만 가파른 돌산을 열심히도 오르십니다.

반대로 운동과 담을 쌓으며 숨쉬기 연습만 하던 아내는 1주일 정도 만보기를 매달고 열심히 걸었으니 좀 괜찮지않을까

했던 마음은 역시 안되는 것이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숨이 찹니다.

돌도 많고 가파르고 낙엽이 떨어져서 미끄러운데 날씨도 구름이 잔뜩 낀...

초보자가 오르기엔 너무 과했던 산이었어요.

 

중간정도 왔는가 아이고 나는 못가네 했더니 우리 신랑이 웃습니다.

예상이라도 했던 것인지, 반 정도만 더 가면 도착한다고 가보자합니다만 내려가는 길인지라 따라나섰지요.

 

 

 

 

인수봉이 눈 앞에 보이고 내려오시는 분도 가깝다하고, 몸도 좀 풀리는가 싶어서 좀 더 오르기로 했습니다.

아무 말도 않고 오르니 나무 계단이 떠억~~~

너무 힘든 표정은 남편이 먼저 읽었나보던데 그래서 뒤도 안돌아보고 오르셨다는데 무념무상으로 정말 올랐어요.

무거운 다리, 멍한 머리에 두통이 올랑말랑, 무릎은 삐그덕, 심장은 고장난 듯하고...

그래도 오르니 시원하고 조용하고 새들만의 소리와 작은 물줄기소리...

이렇게 이 곳은  시간이 흐르고 자연이 변하고 해가 뜨고 달이 뜨고 ...

 

 

 

백운산장입니다.

올라오면서 물을 다 마셔서 물한 병 구입했는데 노인 부부꼐서 운영하시는 것으로 뵈며 작은 강아지가 있었어요.

아저씨가 주는 작은 케잌하나 다 먹고 눠있는 고녀석이 부러워질 즈음...

남편은 다시 현위치를 파악하더니 백운대는 힘들고 인수봉에 가자합니다.

에따...그래 끝을 보자...이제 죽을만하더니 몸이 좀 풀린 것 같기도 하고 꼴딱고개를 넘으니 꼴딱거렸는가봅니다.

 

 

앞만 보고 옆의 철줄을 잡고 열심히 10분 정도 오르니 정상이 보입니다.

정말 앞만 보고 왔더니 도착했다는 말이 진실로 여겨질 즈음이었는데 남편과 저만 운동복에 운동화 차림일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전스런 등산화에 등산복을 갖추시고 등산지팡이까지 제대로 갖추셨더군요.

아직 우린 젊기에~~~~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오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아름다운 산 위의 절경...

날씨가 좋았다면 더욱 아름다웠을 것만 같은데 저는 그제서야 내려다보는 풍경속에서 무서움을 느낍니다.

너무 높게 온 것이요~~

 

 

 

10분정도 더 오르면 정상이라지만 대머리같은 하얀 절벽의 철줄을 잡고 오르려니 다리가 떨어지지않았어요.

내려오시던 할아버지께서 여기서 무서우면 오를 수 없으니 내려가라시길래 냅다 내려가요.

남편 혼자 가라했더니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잘했다 싶은지 내려가자합니다.

그리곤...저보고 겁이 많다라며......

나이가 먹어서 삶의 애착이 생겨서 겁이 생긴지 알았는데 내가 모르는 부분까지 알고 있는 나의 남편,,

우리는 이제 10년을 부부로 15년을 애인으로 지내면서 내가 모르는 부분까지 캐치하고 눈치도 보고

아웅다웅 사는 동반자가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등산을 권하는 나의 친구가 있는데 그녀의 말이 체력도 정신도 부부사이도 좋아진다며 권유해주던데

함께 어려움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끈끈한 정도 남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어려움이 돈독함으로 힘듦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로 모든 것이 순환되는 삶의 원칙을 믿으며

좋은 시간, 알찬 기분으로 하산합니다.

내일은 근육통으로 골골하며 피곤하겠지만 새로운 시도, 출발하는 시작의 기쁨을 느낀 좋은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