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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엄마의 나들이

서울, 양재> 예술의전당, 미셸앙리&모딜리아니

 

 

 오랫만에 예술의 전당 왔습니다.

가을하늘이 구름한 점없이 푸르고 예쁜 색상만 보여주는 날이라서 더욱 기분이 설렙니다.

프랑스 구상회화의 거장 미셸앙리, 에파뉘 전시와

이탈리아의 대표화가인 모딜리아니 전시를 관람하러왔어요.

 

역시 강남이라고 막혀서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남부터미널 5번출구에서

마을버스 11번, 22번을 이용하면 빠릅니다.

 

 

 

예술의 전당 정문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위치한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입니다.

지인의 집에 방문하는듯한 정문형식의 출입구는 잘 정리정돈해둔 정원을 둘러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붉은 색의 정물화는 힘있고 늠름합니다.

붉은 빛이 핏빛과 비슷하지만 전혀 혐오스럽거나 자극적이게 다가오지않고 꽉 찬 정말 꽉 들어차 만개한

화사한 꽃의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왔어요.

에파뉘는 만개한이라는 프랑스어인데 유화의 강렬함은 거칠지않고 가득한 생명력을 느끼게 합니다.

 

프랑스인으로 다양한 권위있는 상을 받아 능력을 평가받았고 스폐인에 유학도 다녀온 약력이 있던데

친구와 저는 눈을 마주치며 우리의 여행지로 스폐인을 욕심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랍던데요.

 

 

 

나이가 들면서 전시 등을 보며 좋은것은 그림을 잘그렸다 아니다로 판단하지 않게 되며,

감성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모양은 다르지만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그의 꽃들은 매우 아름답고 행복해보이며 화사합니다.

빛나는 청춘을 만난 것처럼 생생하고 기운찬 꽃들을 보면 생명력을 느끼게 되더군요.

또한 어떻게 그렸나를 꼼꼼히 체크하고 불완전한 면을 보게되는 일반적인 시선은 사라지고

회화가 전해주는 인상만을 느끼게 되는 독특스런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여행지나 친구 피카소와 함께 그린 그림도 그리며 다양한 활동을 하였습니다만

그래도 가장 아름다운 정물화를 평생 고수함으로써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고수하며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느낌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아름다움을 느끼고 볼 줄 알며 그림으로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이며 재능인지,

그 사람에 대해 알지못해도 그의 그림을 보면서 그가 어떠한 스타일의 사람일지를 가늠하게 됩니다.

 

훵할 수 있는 전시장의 특징을 잘 끌어안으면서 무척 꽉찬 느낌을 주었던 전시로 사진촬영이 가능해서

오래도록 보면서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긴 유선형의 얼굴형과 호리호리한 몸매, 텅빈눈과 긴 코를 그려넣은 인물화로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만난 건

중학생때였을 거에요.

대부분 선이나 색 등 강렬한 특징이 가득한 화가들이 눈에 들어올 때 만났던 인형같이 그리는 여성적인 섬세함이

엿보였던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드랬죠.

뭐..따라그리면서 그림실력도 늘고 나의 개성도 찾는다지만 왠지 모든 형체를 얇고 날씬하게 그리는 패턴이

지루하게도 느껴지고, 까칠한 성격이거나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는가보다하고 혼자 상상만 했더랬습니다.

 

한가람미술관 3층 전시실에 가니 재미있는 그의 그림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전시실에서는 사진금지라 안타까웠답니다.

 

 

 

14세 때의 풍경화로 시작되는 전시는 그가 천재이겠거니 하는 놀라움을 주는 작품이었고 이어 

연습을 많이 한 듯한 굵은 선으로 재빠르게 그려내는 유선형의 그림체와 연습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요절하기까지 초상화, 누드화, 인물화 등을 유화와 드로잉작품들로 구분해서

특징을 잡아 구성하며 도슨트의 설명도 듣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세세하기도 했던 인물화는 단순화되고 특징만 띄이게 그려지며 인체의 구도도 굉장히 빠른 속도의 유선형으로

끊기지 않고 연결되게 그리는 특징을 보입니다.

세세하게 보면 삐뚤어져있거나 눈동자가 없는 불완전한 그림인데도 잘 완성된 그림으로 보여지는 것은

그가 정말 모델의 마음과 정신을 파악해서 완전하게 표현하려고했구나 하는 절절함을 볼 수 있네요.

 

아름다운 그녀의 부인, 잔느의 슬픈 자살의 이야기와 함께 그림을 그린 친구들의 작품으로 마무리되는 삶은

그의 양면화처럼 슬프고도 아름답습니다.

 

 

두 화가의 전시를 보면서 색다른 감정과 감성을 느꼈습니다.

확실히 상반되는 느낌이면서도 그들의 미학적으로 뭔가를 바라보고 그려대는 천재적인 감수성이 부럽기도 했구요.

강력한 색으로 느낌을 전달하는 미셸앙리와

아주 단순하고도 완벽스러운 스케치로 그림을 그려내는 모딜리아니의 특징을 확인하면서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라는 명언도 떠올랐답니다.

예술의 본질은 그리는 대상을 파악함과 동시에 작가가 파악한 느낌도 전달하며 또 다른 물음을 던지게 하는

묘한 매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감수성 충만하고 뭔가 가슴속 깊이 채울것이 공허했었는데 짧은 전시를 둘러보며 마음에 뭔가 가득찬 행복감을

느낍니다.

 

* 예술의 전당: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예술의전당

http://www.sa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