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첫째육아>/아들의 여행

2009년 설날

해마다 가는 부산이지만 설연휴가 조금씩 짧아지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최근 경제적인 불안과 더불어 사람들의 마음도 많이 닫히고 있는 것 같구요.
남편의 퇴근이후,집정리를 마치고 서울역으로 나가보니 용산참사에 대한 규탄대회까지 벌어지고 있어 그나마 날씨도 쌀쌀해진데다가 마음까지 무거워지더군요.
여유있게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사서 특실로 향했습니다.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내려갈 수 있는 표를 구입한지라 하행은 특실, 상행은 일반실이 되었네요. 아들은기관지가 좀 안좋아서 걱정했는데도 부산에 KTX를 타고 부산할머니를 만나러 간다며 들떠있습니다. 3시간을 내리 한번도 입을 닫지않고 이야기를 하며 들떠서 떠드는 아들덕분에 우리 칸에 탄 사람들은 잠을 설쳤습니다. 아이인지라 말은 못하시고 그냥 쳐다보시거나 허탈히 웃으시는데, 미안도 하더군요.
새벽 한시 즈음이 다 되서야 부산역에 도착하니 제가 와본 중에 제일 추운 날이더군요. 서둘러 택시를 타고 어머님댁에 가니 불을 환하게 켜두시고 계셨습니다.

이튿날은 큰집의 둘째 아들의 백일이라며 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여 누님댁과 비좁은 자가용을 타고 모두 이동했습니다. 잘먹고 같은 아파트에 살고계시는 친오빠같은 사촌오빠가족과 이모님을 잠시뵙고나니 또 하루가 지나가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 날은 어머님과 설날 제사음식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갯수 및 양을 많이 줄이신 어머님 덕분에 조금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으며 남편과 아이는 나가서 놀다 들어오셔서 마음이 편했습니다. 아이와 잘 놀아주는 신랑이 이럴때는 참 든든하더군요.
방앗간에서 준비해준 떡과 고물을 할머니와 재미삼아 만들고 있는 아들은 신났습니다.
시어머님은 거의 재료를 사두셨다가 냉동해두셨으며 가까운 시장에서 재료를 사오시는지라, 자주 갈 수 없는 며느리는 그저 몇가지 심부름과 음식하기, 뒷처리가 고작인지라 죄송스런 마음이네요.
제가 좋아하는 부산의 밀면을 먹으러 나갔다가 들어와 그동안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잠들었지요.
아침부터 서둘러 상을 차리고 곱게 준비를 하고, 오시는 가족과 친지들과 즐거운 시간도 가졌다가 아버님의 산소에도 들리고 정리를 끝으로 짧았던 설날 연휴가 끝났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 날, 시어머님은 절에 가시기도 하셨지만 시댁에 갔다 오시느라 피곤하신 형님댁도 쉬셔야 할 듯해서 아침식사 후, 인사를 드리고 나옵니다.
어머님댁에 가는 길에 온천천이라는 놀기좋은 장소도 있거니와 날씨도 많이 풀렸고, 메가마트라는 대형마트에서 놀다들어가기로 했어요.
내려올 때와는 3일차이인데 봄날과도 같은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운동도 하러 나오셨고, 아이들도 많군요.
건너기 좋게 만들어진 돌다리를 와따갔다 하면서 운동기구도 만져보고 새들도 보고 물고기가 있나 기웃거려도 봅니다. 여름에 어머님과 함께 들어가 놀았던 물놀이장도 기억하고 있네요. 하늘도 맑고 깨끗하고 시야를 가리지 않고 펼쳐진 산과 주택들이 서울같지않고 시원스레 좋습니다. 그렇게 구경을 하며 가다가 마트에 들어서니 또 좋군요.
쇼핑카터에 태우고 책도 보고 장난감도 보고, 잔치국수도 먹고 맛나고 쫄깃한 부산오뎅도 먹었어요. 뭐 살것은 없나 보았는데 욕심이 없어서인지 큰 필요를 못느껴서인지 살 것이 없더군요. 아이놀이터에서 조금 놀고 내려오니 시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어머님 댁으로 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어머님 댁 바로 앞엔 부산교대인데요. 뒷편 쪽에 토끼가 혹시나 따뜻한 날씨에 나왔을 까 해서 잠시 들려보니 굴속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있어서 발걸음을 돌립니다. 이렇게 따뜻햇다면 더 좋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는 길에 보니 그래도 그동안의 추위속에도 굴하지않고 예쁘게 꽃을 피운 식물이 보이네요.
제 짧은 소견으로는 팬지가 아닐까 싶었는데 ...글쎄요..심어놓았던 것이 시든것인지도..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뉴스에서 보니 서울을 비롯한 서해안쪽으로 많은 눈이 내렸으며 전국적인 한파에 귀성길이 북새통이었다고 하는데 그나마 멀다는 부산이지만 기차가 있어서 너무 편히 왔다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느낌입니다. 오랫만에 뵙는 가족, 친지들과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남편과 아들이 있어 또 다시 힘을 얻게 되는 명절이네요. 따뜻한 햇살처럼 우리가족에게도 언제나 봄날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