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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엄마의 나들이

서울,동묘> 동묘 구제시장과 동묘.

 

 

따땃한 햇살이 내리쬐는 주중에 6호선을 타고 동묘에서 내립니다.

조선시대 서울 동쪽에 있는 묘로 중국 장수 관우에 대한 제사를 드리던 사당이에요.

임진왜란 때 도움을 준 명나라의 요청으로 묘를 지어 충성을 보였는데 최근 한참 보수 중이었다가 오픈 되어 있습니다.

   동묘   

외삼문을 지나 내삼문을 지나면 정전으로 향할 수 있는데 무섭게 생긴 관우 상도 있고

양 사이드로 죄 지으면 끌고가서 벌을 줄 것 같은 부하장군들의 상도 있습니다.

 

 

 

 

역사적 순간과 의미가 담겨있는 동묘를 시작으로 형성된 재래시장도 돌아봅니다.

서울은 한 참 싸늘한 바람이 휘감았던 지라, 따뜻한 날씨속에 많은 사람들이 가득하네요.

바닥에 늘어진 싸구려 의류를 골라보는 사람들과 빈티지 매장을 찾는 사람들도 보이는데

시장 내 관광고등학교가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시인의 연탄 문장이 떠오르는 동묘시장은

새 것이었다가 그 활용을 충분히 했고, 또 다른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달된다는 의미가 실버세대를 닮아있습니다.

함께 공감하고 알뜰살뜰 살아가야하는 삶은 애처롭기도 하고 실용적이기도 한 양가감정을 갖게 해요.

방문객들은 실버세대 아니면 간혹 MZ세대, 나는 끼인 세대?

 

 

 

 

어지러이 흩어져있는 듯 하지만 나름의 구분으로 놓여진 물품 중에는 인형도 많아서 영화 '토이스토리'의 음악,

'When she loved me'를 떠올리게 하고 감성적인 마음이 깃들게도 합니다.

추억과 기억이 흩어져 내릴 것만 같은 다양한 샵들을 지나가면서  인형을 좋아했던 내 남매들의 어릴 때와

어른들을 따라 다니고 선물을 받았던 나의 어린 유년 시절을 번갈아 추억해보아요.

 

 

 

 

살짝 출출해서 생각해보니 식사를 하지 않았으므로 1000원하는 토스트를 사먹어 봅니다.

양배추, 당근 등 채소를 넣은 계란물에 케찹을 뿌리고 마가린으로 지져낸 식빵은 구수하고 든든했으며

파란 하늘과 더불어 오늘 나들이의 즐거움을 전달해줍니다.

미숫가루, 커피 등도 1000원이며 점심 때가 되자 많은 분들이 구입하는 모습도 보였어요.

 

 

 

 

홍콩 시내의 건물을 연상케 하는 오랜 연식의 상가와 아파트들에는 슬리퍼를 신고 나와 담배를 피시는 어르신과

일상용인지 대피용인지 모를 계단까지 멋스럽게 보입니다.

도심 재개발 속에서 새로 지어지거나 보수되는 많은 서울의 건물들 중에 전통과 역사가 있는 건물들은

좀 더 남겨뒀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어디에 쓰일지 모를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가득 정리되어 늘어서 있는 물품샵들의  좁은 골목을 거닐다보면

가죽 및 원단 골목도 있고 동절기에는 추울 듯한 경비실도 보입니다.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셀프 페인트 칠과 조화꽃 등으로 나름의 멋과 개성을 보이는 임시건물 들이 소박해보이는

동묘의 구제시장에는 사람에 대한 향수도 가득하고 선명한 것 같네요.

 

 

 

 

친구와 왔으면 백퍼 입장해서 낮술을 즐기고 있을 만한 음식점들도 발견됩니다.

맞은 편에 창신동까지 쭈욱 훑고 볼이 발그스름해져서 집으로 돌아갈 듯한 상상을 하니 웃기네요.

건강하고 에너지가 있을 때, 대중교통을 타고 걸어보는 외출의 즐거움을 흠뻑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청계전의 모습도 시야에 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