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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이야기>/시티투어

부산> 2010 이틀째



 부산의 날씨는 정말 봄날입니다.
두꺼운 외투를 벗어버리고 다녀도 좋을 정말 볕좋고 화창한 날씨에요.
담 위쪽으로 소담스레 앙증맞게 꽃몽오리가 올라오고 벌써 펴버린 꽃들도 많아요.
저렇게 이쁜 꽃은 함부로 꺽지말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는거라며
오래간만에 멀쩡한 소리를 하네요. ㅋㅋ
시장에 가신 할머니를 마중나갑니다.
할머니 집앞, 부산교대를 가로질러 역쪽으로 걸어가면서 놀았는데요.
알맹이가 씹히는 음료수를 재미나게 마셔가며 보도블럭의 색이름을 말해보고
영어로도 말해보면서 걸어갑니다.


정문에 다다르니 비상이라는 제목의 미술품이 있었는데 졸업생들이 기증한 작품이었어요.
둘러보고 만져보며 좋아했는데 멀리서 전체를 보게하면서 제목을 말해보라하니
" 하늘로 날수없음"이라는 멋진 제목을 지어주었어요.
흐드러지게 웃으며 점퍼도 벗어버리고 뛰어노는 아들이 정말 봄날같습니다.


어머님을 만나 국제밀면집으로 갑니다.
밀면을 좋아해서 부산에 왔다하면 꼭 먹어야하는 며느리에게 항상 잘 사주시죠.
집근처 가야밀면도 있는데 오늘은 이곳으로 와봤어요.
뜨근한 육수도 마시고 시원한 물밀면을 곱배기로 느긋하게 먹었어요.
비빔도 있지만 감칠맛이 좋아서 물을 많이 먹는데 3500원이었던 몇 년전 가격이
4500원으로 슬슬 오르고 있어서 사달라고 애교피기도 이제 힘드네요.
그래도 올때마다 항상 생각날 것만 같은 부산밀면입니다.
냉면과 비슷하지만 밀가루로 뽑아내서 담백하고 부드러운 면발이 좋아요.
육수도 비슷한데 35가지인가 많은 재료로 정성스레 만든다고 하시네요.
서울에도 몇 군데 밀면집이 있긴 하지만 부산에 와서야 먹고싶어지는 특수성이 있는
음식이에요.


어떤것에건 화사하고 아름다움을 나타낼 수 있도록 다양한 빛을 뿜어주는 햇볕을 받고
슬슬 걸어가자니 정말 기분좋습니다.
평등하게 내리쬐어주고 화사하게 빛나보이게 하는 햇살속에서 가족이 행복해보입니다.
어머님댁 쪽에 다다르자 전에도 몇 번 보았던 유치원이 보이네요.
주소지가 이쪽이라면 보냈을 좋은 시설인데요. 놀이터보수공사중에요.
가끔 지나가면 맛있는 아이들 식사냄새가 나서 더 좋은 유치원입니다.
놀이터도 있고 넓다란 내부도 있는 이런 곳을 서울에서는 정말 찾아보기 힘든데요.
어린 아이들인만큼 좀 더 좋은 시설과 좋은 내용이 갖춰진 교육시설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가득해졌습니다.


어머님의 짐을 든 남편과 아들, 어머니가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해요.
아마 어머님 또한 저렇게 작은 아들을 손수 정성스레 키우셨을 테니까요.
3대가 다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멀긴 하지만 자주 내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엇어요.
명절 후, 바로 제사가 있어서 이래저래 아이들도 어리고 해서 빠지려는 생각도 강했는데
한 순간에 자주 와야겠구나 하고 반성했네요.
자주 뵈니 할머니와 외할머니를 구별하고 모두 좋다고 말도 하며
애교도 피고 예절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사 다음날, 언제나 변함없이 역까지 배웅나와주시는 어머님이세요.
졸린 눈을 비비시며 좌석에 앉는 것까지 확인하셔야 돌아서서 가시는 어머님을 뵈니
왠지 이번에는 짠합니다.
만나면 반갑고 헤어질 때는 아쉬운 ....어머님은 항상 그런 존재신것 같아요.
아쉬운 남편의 눈동자를 헤아리면서 따스하게 안아드리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