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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이야기>/초대& 스페셜 데이 요리

특별식> 봄을 맛보다!


봄입니다.
꽃샘추위가 있긴 하지만 외출해서 맞는 바람만 제외하면 햇살은 따사로운 봄의 것이네요.
마음도 싱숭생숭하니..
그렇고..

대학교때 느즈막히 등교를 했는데 친했던 친구들이 잔디밭에 앉아서 뭘 먹고 있더군요.
막 피어난 진달래를 뜯어서 1층 조리실에서 화전을 만들어다가 한 잔 하고 있었습니다.
교실로 가려면 지나는 길목인지라 친했던 친구들 5명 모두 모여 벌그죽죽 앉아있었네요.
그즈음에 출시되었던 팩소주를 역앞에서 나눠줘서 두 세개 들고 가방 안에 넣고 와서
낮술을 즐기고 있었던 거지요.
물론 동참해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가 혼났던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지금도 만나긴 하지만 그 시절 참 재미나고도 웃기는 친구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런 사람을 만날래야 ....찾기도 힘들겠어요!


마트에 나가면 꼭 사두리라 다짐했던 냉이, 달래 등을 봤는데 싱싱하지 않아서
냉이만 조금 사봤어요.
검푸른 잎이 많거나 뿌리가 굵으면 억세고 질긴 맛이 나서 연한잎이 맛있다는데
당췌 먹어보지 않고 캐어보지 않았으니 고냥 집을 수 밖에요.

흙속에 있었다고 뿌리에서 나오는 흙과 딱딸만한 하지만 억세보이는 잎이 남성적인
풀같습니다. 조금 투박하지만 건강함이 살아있는 빚어구운 접시에...
쫀득한 면을 삶아 찬물에 헹궈서 쫄깃하게 준비하고, 꼬막은 그닥 신선함이 적어
통조림 골뱅이로 대체를 한 뒤, 씻어 데친 냉이를 올리고 달달한 육수를 준비해
말아먹어봅니다.
구입한 쇠고기 육수에 물김치 국물을 섞어 시원할 정도로 냉장했어요.
시원하고도 달달하니 봄맛이 아닐 수 없군요~
아삭한 배나 사과를 얹어도 식감 끈내줄 것 같아요.


아무렇지 않던 계절의 변화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나이를 먹는가 봅니다.
화전은 기름져서 싫거니와 친구들과의 추억이 떠올라 울적해질까 싶어 국수로 했는데
참 잘한 짓같아요.
기분이 좋아졌으니까 말이죠!

봄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조심조심걸어라
어머니 대지가 아이를 배고 있으니까.
하는 글귀가 떠오르네요.
좀 더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자연이 다치지 않게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
봄의 길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