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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육아>/아들의 여행

2010년 추석



앞 뒤로 해서 휴가를 쓰면 꽤나 긴 추석입니다.
하지만 첨으로 짧게 시댁에 다녀왔는데 둘째의 돌잔치에도 뵈었을 뿐더러,
이제 막 걷기 시작하는 딸을 데리고 가면 상차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감기기운이 엿보이시는
친정부모님께 맏겨두고 다녀오기로 했거든요.
눈치가 뻔해 울먹거리려는 딸을 두고 오려니 심난합니다.

서울역에서 언제나처럼 버거킹버거를 사들고 탑승하려는데
윗층에서 로봇구경을 하라는 현수막이 보여 아들과 가봐요.
아이들이 하기엔 어려운 프라모델스타일이라서 구경만 하고 내려왔네요.
아빠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할까봐 가지않은 것이라며 꽤나 눈치가 생긴 듯 이야기 합니다. 정말 그랬을까요?
노트북으로 좋아하는 파워레인져를 보면서 여유롭게 도착하니 그새 잠든 아들이네요.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시어머님과 둘째며느리는 음식준비를 합니다.
큰댁의 둘째아이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서 점심즈음에 잠시 들렸다가 마트에도 갔다가
좋아하는 밀면도 먹고 다시 시댁으로 돌아온 바쁜 하루였어요.
쌀쌀해진다해서 긴 옷도 가져왔는데 부산은 매우 후덥지근 하였습니다.
어머님께서 아차해서 구입안하신 재료들이 있으셔서 가까운 재래시장에 가서 달걀과
청양고추를 사가지고 오다가 어디선가 본 듯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10여년 전, 좋아했던 오빠가 살던 동네더라구요.
우리신랑의 집과 10여분 사이에 있다니....이사를 가지않았다면 마주칠수도 있을듯한...
순간 저의 옷차림과 살쪄버린 아줌마의 외모가 부끄러워서 서둘러 집에 왔어요.
사람은 몸은 나이를 들어도 정신은 20대라더니....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옛추억이 소록소록합니다.
우하하....역시 사람의 인연에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정신없이 차례상을 준비했는데 그래도 이것 저것 많이 올려져서 좋네요.
절하는 것이 끝나면 사진찍어야지~했는데 못 남겨 아쉽습니다.
전 날, 밤에 더위와 모기로 누나댁에서 자다오니 비가 엄청 내려서 돌아오긴 불편했지만
시원해서 좋았어요.
단촐히 모인 식구라서 정리도 후다닥 되었는데 비가 많이와서 산소방문은 취소되었습니다.
전에 찍은 가족사진인데요.
큰집아이가 깨었다해서 받질못해서 우리가족 쪽만 찍어옵니다.


시간이 여유로워 어머님의 옷장정리를 좀 해드리고 남편의 초등학생 때 성적표와
졸업장을 보면서 신나게 웃었습니다.
큰집아이의 병원에 다시 들렸다가 부산역으로 갑니다.
며칠 상차림으로 고생하시고도 큰댁 병원 도시락을 싸서 나가시는 어머님을 뵈니
마음이 쐥하네요. 늙어서도 자식만을 바라보시는데 자식들은 또 자신이 꾸린 가정과
아이들에게 신경쓰는 마음이 더 많아보이니 말이죠.
몇 십년이 되었지만 결혼해서도 남겨진 자식들의 옷을 차마 정리하실 수 없어
장농에 넣어두신 어머님을 대신해서 정리하자니 저도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아마 남편이 자식에 대해서는 더 애틋하고 그럴 것 같습니다만,,,
하긴 저도 남동생댁에서 추석을 편히 보내실 부모님께 딸을 맏기고 왔으니
참 죄송스러워요.
이래저래 내생각만 하고 편한 것만 추구함을 반성합니다.

도착 1시간전에 일어난 아들 덕분에 또 편하게 도착했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감기기운 농후하신 친정엄마여서 바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차가 떠날 때까지 짐내려주시고 손흔들어주시는 아버님이 백미러로 보여요.
항상 아쉬울 때 손을 내미는 내 어머니꼐 너무 죄송스럽네요.
많이 늙으셨구요.
저 또한 내주변만 보느라 엄마께 무심하고 내멋대로 대해드림을 반성합니다.
좀 더 성의껏 대해드리겠다 또 허무한 다짐만 해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