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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엄마의 나들이

서울, 반포> 11월의 만추, 서래마을에 가다!


올해는 가을이 늦게 왔답니다.
멀리가지 않아도 동네귀퉁이 은행나무가 있는 곳은 떨어진 노란잎들로 빼곡합니다.
계획이 없어도 떠나고 싶고, 갈 곳이 없어도 떠남으로도 좋은 마음..
그것이 가을의 설레임, 아쉬움..그런 감정인가봅니다.
늦게 다가온 만추의 하루, 여유시간을 쪼개서 서둘러 친구를 만납니다.
가을처럼 그윽한 친구와 서래마을로 갑니다.


무게가 만만찮은 새 카메라를 들고오신 친구는 잘알지도 못하는 친구의 안내로
언덕배기 산에 올라 셔터를 누릅니다.
그 산에 오르니 그 산이 아니었다더니.....
몽마르뜨공원으로 가는 길인지 알고 올랐더니 그 공원언덕이 아닌가 봅니다.
다시 내려와 식당가 거리로 걸어봐요.
모를 때는 아는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 최고에요.
아무래도 차가지고 와서 휙~돌았던 때와 달라....
절대..여기가 ...어딘지...전에 왔던 서래마을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어차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이 아닌 궁금한 서래마을을 돌아보고자 온 것이니
발길 가는대로 돌아봅니다.
프랑스학교를 지나자니 귀엽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뛰어놀기도 하고 친구들과 놀고있는 아이들을 보니 아들 생각도 나고요.
동네의 골목골목을 돌면서 살고 싶을 만한 집들도 탐색해보고
내가 사는 동네에 하나쯤은 가지고 싶은 놀이터도 둘러봐요.
카페에 가지않아도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서 빵과 쿠키를 가지고 와서 아이들을 놀게하고
엄마들은 수다를 떨어도 좋을 공간을 보고..감탄합니다.
친구야..결혼해서 울집 근처에 살으렴~~하는 당부의 말과 함께요.

작고 꾸미지 않은 듯 그 자리를 지키는 상점들도 좋아요.
노란 페인트를 칠한 아이옷집, 작은 돌아가는 간판으로 미용실을 알리는 작은 헤어샵..
취미활동을 겸할 수 있는 수공예점 등, 정말 깜찍하네요.


편의점스타일의 작은 일본 식자재샵에도 들렸습니다.
평소 일식요리는 초밥만 선호하지만 아들이 흥미로워할 귀여운 과자들과
양념들을 구경하려구요.
미소된장과 어묵탕 국물로 사용하기 좋은 혼쯔유를 구입해요.
친구는 동우가 좋아할만한 과자나 사탕을 사준다길래 저렴하면서도 아들이 좋아할만한
밀크사탕과 초콜릿을 골랐어요.
역시 깔끔한 패키지나 디자인은 참 잘하는 일본인들을 느낍니다.
점원도 친절하세요.


식사를 해야겠지요.
우리가 돌아본 거리에는 딱히 많은 음식점들이 뵈질 않아 어쩔 수 없이 그나마 맘이 가는
길가의 건녀편 <라트루바이>라는 레스토랑에 갑니다.
고등학교 때 불어를 제 2외국어로 했었거늘 지나가는 외국인이 프랑스어를 하는 줄은 알겠는데
알아듣지는 못하겠네요.


기본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인테리어의 식당인데 런치메뉴만 주문가능하답니다.
해산물밥에 닭가슴살 구이가 얹혀져 나오는 요리와 토마토 해산물스파게티주문해요.
일단...처음가는 중국집에서 짬뽕이나 짜장면, 탕수육을 주문하는 것이 안전한 맛보장이
되는 것처럼 우리도 스파게티와 라쟈냐스타일의 밥주문을 했지요.ㅋㅋㅋ
친구는 사진을 멋스럽게 찍습니다.
저 무거운 카메라가 사진은 꽤 잘 나오는 듯 한데....버거워보여요.


2종류의 빵과 버터, 유자소스, 발사믹과 오일소스가 나옵니다.
조금있으려니 빵은 딱딱하고 질겨져서 후두둑 떨어지는 빵조각이 흩날려요.
샐러드도 나오는데 소스는 유자소스와 발사믹 오일 소스입니다.
고구마, 당근을 튀겨 유자소스에 조린 것, 맛살과 오이 등을 마요네즈 소스에 섞어 랩에 만 것,
보라양파에 토마토, 오이와 새우 등을 넣어 새콤하게 버무린 것이 함께 나왔습니다.
먹을 만한데 리필은 안된다네요.


한 참을 기다려 메인요리가 나왔습니다.
여유있게 식사를 하라는 프랑스식인지 천천히도 나옵니다.
해산물과 끈끈하게 볶아낸 밥에 닭고기가 얹혀 나오는데 오렌지색 소스는 대체 뭔지....
맛을 봐도 재료를 모르겠어요.
알맞게 익혀서 볶아진 면빨이 끈내주는 토마토소소는 넉넉한 양은 아니지만
간이 알맞게 잘 섞어졌고 관자와 새우, 홍합이 신선한 편입니다.
밀가루를 조심하고 있는 친구를 대신해 빵과 스파게티 면을 먹은 동우맘은
배가 불러옵니다.
후식으로 녹차를 주셨는데 티백을 꺼내는 철제기구와 도톰한 2중으로 된 유리잔이
탐나더군요.



버스를 타고 가려고 내려오면서 타로카드샵에 들렸어요.
이런 재미를 모른다는 친구에게 재미로요.
캔들샵과 함께 있는데 맛난 차도 제공해주시고
향스럽고 포장도 훌륭한 양초들을 실컷 구경합니다.
친구는 연애운을 동우맘은 사업운을 보았는데 모두 좋게 나오네요.
물론 어떤 개연성을 가지고 본 것은 아니지만 결과가 좋으니 기분도 좋군요.
또한 내친구가 나를 얼마나 신뢰하며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도 새롭게 느끼게 되니
인연을 더 잘 이끌어 나가야곘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아들의 하원시간에 맞춰 동우맘은 친구를 강남역에 남겨두고 혼자 버스에 오릅니다.
선물이랍시고 구운쿠키와 아가베시럽을 줬는데 가녀린 그녀의 팔에 무게만 실어준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이렇게나마 작은 선물이라도 쥐어주고 오고 싶었어요.
언제나 아이가 있는 친구의 스케쥴에 선뜻 맞춰주며 어디든지 달려오는
내 오래된 친구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오랫동안 내곁에 머물러줬으면 싶어요.
기다리거나 기다리지않아도 천천히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계절에서
가을과 가장 많이 닮은 내친구와 오랫동안 장소를 달리하며
많이 싸돌아다니고 즐기고 싶어요.
오늘도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