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엄마의 나들이

경기, 모란역> 친정엄마와 모란시장


 아이들을 원에 보내고 친정엄마와 모란시장에 나섭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가 뭍어나는 곳이니까요.

가끔 딸의 집으로 아이들도 보실 겸, 들리시는 엄마와 짧은 시간~
재미를 공감하느라 모란시장에 나서보곤 하는데요.
제가 재래시장을 좋아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날로그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도 있는 것 같네요.
시대가 지날수록 아이들 동화책에도 다양한 창작물과 베스트셀러들이 범람하지만
명작동화나 전래동화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 처럼
재래시장도 소박하고 따스함의 정서가 묻어나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버스에서 내려 뒷 골목으로 들어가봐요.
장이 서는 날엔 큰 도로가에는 정말 사람도 많고 차도 많아서 오늘은 얍삽하게 가운데
혹은 뒷쪽에서 돌아보는 코스로 머리를 굴렸죠.ㅋㅋ
커다란 솥에는 육류로 보이는 덩어리와 뼈 째 끓고 있는 솥단지들이 즐비합니다.
오랫만에 보는 연탄불 위에 올려두고 오래 푹 고으실 예정인가봐요.
이런 장날에는 국밥을 먹어보는 것도 좋을 텐데...
육류를 싫어하는 모녀는 구경만 하고 돌아나갑니다.
오전 부터 국 그릇 하나와 소주 혹은 막걸리 놓으시고 얼굴이 불구죽죽하신
할아버님들 뵈세요.ㅋㅋ


모란시장이 열리지 않아도 보신용 가게들은 항상 가게를 오픈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저로서는 충격의 현장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오랜 전통과 개인적인 취향 등은 좋다 나쁘다라고 규정짓기에는 매우
애매한 문제라서 비껴서서 보고 있는데 날이 더워지다보니 냄새가 안좋긴 해요.
한 쪽 켠으로 할머님이 고양이와 강아지의 털을 빗겨주시고 계셨습니다.
이쁘게 단장시켜 판매할 생각이신가본데 작은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많고
우리 신랑이 엄청 귀여워하는 노랑 병아리들이 삐약거리고 있어요.
비싸보이는 페르시안 고양이도 보았는데 조금 늙어보이네요. ㅋㅋ
좋은 주인들을 만날 준비들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학교가기 전 단장하는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어류를 구경해요.
다양한 생선들과 꽃게들이 많았는데 어종이 정말 다양하군요.
어느 시기나 생선과 육류는 불황의 시기가 도래하곤 하는데 그래도 이곳에서는
많은 분들이 생선을 구매하셨어요.
엄마와 딸도 게도 사고 아이들이 이쑤시개로 재미있게 빼어먹으라고 자연산 다슬기도
약간 구입해봅니다.
할머님이 계시기때문에 나의 아이들이 이런 것도 먹어보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나물들도 멋스럽습니다.
초록으로 색은 같은데 그 연함과 진함이 다르고 향도 다르고, 산지도 다른 다양한
나물들이 싱그럽게 느껴지네요.
데쳐서 된장이나 소금과 참기름, 깨 넣고 무쳐 먹으면 몸이 파릇하게 살아날 것만 같습니다.
다양한 건어물도 상자 째 판매됩니다.
새우, 오징어, 멸치 등 크기와 산지에 따라 천차만별의 가격이네요.
말린 간식거리들도 많습니다.
아버지가 어릴 적 곁에 두고 셈베과자와 드시곤 하셨는데 이제는 마른안주로
생맥주집에서나 볼 수 있는 간식이 되었어요.


재미가 묻어나는 좌판도 있었는데 과연 팔릴 까 싶은 물품들이 많습니다.
최근엔 보라색과 파란색 반짝이도 있던데 흰색, 노랑, 검정 아가 고무신이 놓여져있고
만병통치약 호랑이연고, 어릴 적 소풍가면 하나 씩 구입했던 말달리자 장난감 등
색감이 너무 좋은 물품들이죠.
장난감과 파프리카의 색감이 너무 비슷해서 함께 올려봅니다.


어머니께선 레이스가 곱디고운 원피스를 들여다보세요.
아무래도 우리 딸내미에게 선물을 주실 요량으로 보여 질질 가자고 끕니다.
엄마들은 누구나 그렇지만 자신의 물품보다는 내 가족들이 좋아할 먹거리, 물품 등을
구입하게되는 것 같은데 이런 모습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네요.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공통점이겠지만 말입니다.
꽃보다 아름다운신 나의 어머님이세요!


점심시간도 채 안되었는데 구경나오신 분들은 먹는 즐거움에 빠져 계십니다.
리어카를 끌고 커피를 판매하시는 아주머니와 남편이 좋아할 만한 도넛츠가게도 보여요.
이 곳의 포장마차에서는 없는 것 빼고 다 되는 안주들과 손만두, 칼국수, 빈대떡 등을
저렴하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연세드신 분들이 꽤 많습니다.
몸에 좋다는 메추리 숯불구이도 구워서 판매하시는 아저씨도 계시던데
참새구이인 줄 알았는데~ 참 우리나라도 못먹는게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중국을 포함해서 일본 등 아시아권의 재료들은 정말 풍성하다고 느끼곤 합니다.

집에서는 아무리해도 통 그 시원한 맛을 내기 힘든 칼국수를 한 그릇 주문해요.
4000원이라는데 양도 많고, 하나만 주문했는데 작은 사이즈의 밥공기로 하나 더
내어주십니다. 엄마와 딸이 나눠 먹으라는 주인아주머니의 마음이네요.
청량고추와 칼칼한 고추가루 양념장을 먹으니 속이 펑 뚫리는 한국인 만의
시원함과 화끈함이 느껴집니다.
막걸리도 한 잔 먹었는데 ..뭔 맛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원해서 엄마와 건배해요.
열무김치 혹은 겉절이를 내어주시는데 재미있습니다. 과연 남을까도 싶구요.
돈이 모자르시다는 할머님도 앉으시게 해서 양껏 대접해드리시는 칼국수 아주머니의
따사로운 마음씨에 정말 배가 불러집니다.


국화빵, 칡즙,,,
오래된 느낌의 손글씨가 꽂아져있는 많은 먹거리들을 구경하자니 시간이 빨리갑니다.
어느새 끌고온 장바구니에도 의성마늘, 국산 꽃게, 씨없는 포도,,,등등으로 가득찼네요.
이제는 양도 마음대로, 가격도 가능한 조정이 가능하게 좀 더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양성 있게 준비하시는 상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재래시장을 자주 이용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족을 위한 장보기이니만큼 편리성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편안함과 따사로움이
재래시장에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좋아하는 볶은땅콩, 아들이 좋아하는 노란 옥수수를 사가지고 돌아옵니다.
즐거운 눈, 입, 장바구니,
그리고 엄마와 딸의 마음이 가득찬 오전 데이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