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피곤한 남편은 더 주무시려하지만..
집에서 점심밥까지 먹고 나가자고 남편을 종용하여 나옵니다.
정오가 지난 시간이라서 막히지않겠지 싶었지만 ...막힙니다.
그래도 막히는 구간을 벗어나서 서울 춘천고속도로를 타니 완전 휭휭 시원스레 뚫리는 것이 좋군요.
새로 뚫린 것 같은데 멀리보이는 푸른 산언덕과 구름 속에 언뜻 언뜻 얼굴을 내보이는 햇살...
오전부터 일찍 일어나 밥먹고 놀고, 청소와 밥, 설겆이 등의 집안살림에 짜증이 슬슬 돋고 있는 엄마에게
잠든 아이들의 모습은 고요 ...그 자체입니다.
내려놔라..내려놔....마음을 비우고 싶은 날이었어요.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케니지라는 곳에 당도하니 폐업하셨답니다. ㅠ.ㅠ
밥도 먹었고해서 시원하게 팥빙수나 음료수를 마시며 아이들과 노닥거리려 했건 만....
오늘은 마음처럼 안되는 일도 있는 하루인가봅니다.
앞으로 청평타워라는 곳이 있었지만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전원주택도 드문드문 보이나 음식점들이 거의 없어진 곳들이 많으니 확인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왔던 길로 되짚어 내려가면 가일미술관이 있습니다.
아내가 좋아해서 인지, 옆의 카페도 있고 해서인지 남편은 차량을 세우시네요.
기간에 따라 전시항목이 적혀져있던데...와인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리 썩 내키지않아 입장하지않습니다.
때마침 잠에서 깬 아들과 몇 몇 잔디에 있는 미술품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미술관 옆으로는 시원스런 강변이 내보이는 테라스가 있는 카페가 있습니다.
우르르 몰려들어가 팥빙수를 주문하는 순간...팥떨어지셨답니다. ㅠ.ㅠ
그래도 왠지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은 모르겠네요. 공기가 좋아선지...
우리는 시원스런 풍경을 구경하고 자연스럽게 시간을 즐기러 온 손님들 틈에서 사라져봅니다.
푸르른 자연이 밀려오다가도 깜짝 놀랄만한 숙박시설들에 음식점, 카페까지 요란스런 모습도보이고
좋은 상냥한 착한 엄마였다가 떼쟁이 마누라였다가 무서운 호랑이같은 엄마...
다양한 저의 모습처럼 요란무쌍하네요.
살짜기 가파른 언덕을 곡예하듯 스리슬쩍 자동차로 내려오면 밥집들이 즐비한데..문닫은 곳들도 있고..
그냥 사람들이 놀고 있는 계곡 옆 영업하고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섭니다.
초계막국수라고 해야할지 닭살이 듬성듬성 나오고 칼칼한 겨자맛이 톡쏘는 들깨가 들어간 막국수입니다.
남편과 아내는 들깨가 들어간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않는데 동네 들깨수제비 이후,
괜찮은 맛의 들깨들어간 막국수라고 의견을 봅니다.
아이들도 나물이 많이 들어간 비빔밥에 고추장을 넣지않고 비벼서 접시에 덜어주었는데 나물대로 간이 되어
있어서 이렇게 비벼도 괜찮더군요.
아이들과 계곡에 들어가서 놀려고 했더니 왠일인지, 안들어가시겠다는군요.
하긴 내려가기도 가파르고 비가 온 뒤라서 물도 늘어난 상태라서 그냥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만 듣고
자동차가 있는 음식점으로 되돌아옵니다.
부자 간이 화장실에 간 동안, 딸은 자신의 얼굴처럼 커다랗고 환한 꽃들을 발견했어요.
아파트에도 피어있던데 이름이....백일홍인가 봅니당.
암튼 그렇게 색깔별로 아름다운 모습과 빛깔로 아름다움을 뽐내며,
세상의 모든 것들에겐 찬란한 순간이 있다는 어떤 느낌을 엄마에게 쥐어주고...
딸에게는 흐드러지는 웃음을 짓게 해주네요.
사이좋은 남매인양, 인증샷 한 방 찍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려있다는데 사소한 것에 이랬다 저랬다 하며 감정조절에 실패하고 있는지라
남매만도 못한 속좁은 심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매를 남편에게 맞기도 오랜 나의 친구와 쿵짝이 맞아 맥주한 잔 하고 노래방도 갔어요.
나에게는 이런 가족과 친구도 있는데..
너무 혼자 우울해하지말고 다양한 방법으로 상황을 벗어나려고 해야겠습니다.
아직 너무 젊은데...
어깨가 무거운 느낌이 있어요.
어떻게든 되겠지 했던 낙천적인 마인드의 젊은시절의 나를 떠올리며...좀 ...내려놓고 살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