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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이야기>/시티투어

서울, 종로> 북촌나들이

 

 

지하철을 타고 안국역 1번출구로 나가서 북촌길을 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왠지 시간이 나면 가끔 들려보고 싶은 거리인데 봄 방학중인 아이들과 시간을 내서 걸어보며 천천히 돌아보기로 해요.

날씨는 흐렸지만 남매의 기분은 좋았고,

엄마 혼자 남매와 시간을 보내겠다는 것이 영 미덥지 않은 남편은 따라나섰다가 온 시간을 함께 했네요.

 

출구에서부터 벽면에서 만나는 다양한 타일그림에 시선고정된 딸은 엄마와 장난을 치듯이

원형타일과 네모타일을 번갈아 밟아가며 즐겁게 돌아봄을 시작했습니다.

 

 

골목 어귀의 게스트하우스, 꾸미지 않은 듯한 중국요리집, 작은 구멍가게들....

오래 전, 개발이 되기전의 동네의 모습을 마주하니 마음이 송알송알 즐거워집니다.

빈티지 느낌이 강렬한 매장들도 있었는데 동네 시장의 옷가게처럼 반갑습니다.

딸은 기분이 매우 좋아서 노래까지 불러제끼며 동네를 걸었는데, 목청도 좋다며

손주생각이 나시는지 할머니께서 지나갈 때까지 바라보시더군요.

 

 

공정무역가게 그루로 가는 길목어귀입니다.

이 곳에서 유명한 에그타르트집을 지나갈 수 없지요.

다양한 종류가 있었지만 아들이 좋아하는 에그타르트로 5개들이  한 박스를 구입했는데,

입구의 노랭이 자전거부터 매장 안의 귀여운 인형과 빨간 전화기까지 마음에 드는 딸은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겠다지만 급하게 꼬드겨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오래 전, 이 곳에 처음 왔었던 기억도 나고 아직 그 자리에 있는 것들과 변화한 것들이 눈에 띄이고

기억들도 희미해지고 그렇습니다.

윤보선생가를 지나가고, 다 쓰러져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만 같이 아슬아슬한 명문당을 지나

큰 길로 나서면 좁은 골목 어귀에 다양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부분이  낡은 집을 헐어 유리를 덧댄 의류와 악세사리 샵이 많습니다.

 

 

개인전을 하고 있는 작은 화랑의 담벼락에는 너무나도 이쁜 그릇에 담긴 단추들이 발길을 잡아끕니다.

예쁜 꽃밥이라는 엄마의 생각에 본인은 어쩌구 저쩌구 긴긴 말들을 이어나가는 딸과 비슷한 취향이기를 바라며

대화를 이어가자니 슬슬 다리가 아파오고, 우리의 목적지는 어디냐는 부자 간의 궁뜬 얼굴이 비춰옵니다.

 

그래도 밤이 되면 불이 들어올 담벼락과 크기가 다른 돌들을 이어붙여 다양한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작품들이 있는 찻집, 알록 달록 봄을 알리는 의상들을 서로 품평하며 모녀 간은 즐거웠습니다.

 

 

선제미술관 쪽으로 내려오다보면 인사동으로 가는 길목이 나옵니다.

안국역 1번출구에서 U자 방향으로 거닐게 되는 구조로 돌아보고 있는데 한옥마을도 돌아보고 싶었지만,

빗방울도 한 두 방울씩 떨어지고,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는 남매의 말에

발길을 돌립니다.

 

오래 된 철물점과 방앗간도 간혹 보이던 그 골목에는 유명한 카페와 꽃집이 대신해서 그 자리를 꿰차고있고,

먹쉬돈나와 라면집 정도만 자리매김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내국인 뿐만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장소이다보니 좀 더 세련되고 안정적인 부분이 깃든

프렌차이즈 음식점, 수제분식점 등이 많이 오픈하게 되는 경향이 보입니다.

정돈됨과 일률적인 안정감도 좋지만 특색이 사라진 이쁘장한 마네킹처럼 어째 마음 한 쪽은 쾡하네요.

아마도 나이 들어가는 또 다른 내 모습을 본 것 같은가 봅니다.

이제까지 만난 사람들의 모습 속에는 내 모습이 있다고 하니, 풍경 또한 나를 닮은 것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겠죠.

 

 

 

집으로 빨리 돌아가서 밥을 먹을까 하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가 있는 미술관옆 돈가스로 들어갑니다.

선제미술관 옆이라 참 재미있고도 특색있게 가게 이름 잘 지으셨다는 생각도 들지만

유리창에 사진과 함께 메뉴를 내어놓으신 센스도 좋습니다.

아이들은 메뉴판을 볼 것도 없이 돈가스, 남편은 고구마치즈 돈가스, 아내는 아이들과 먹으려고 해물수제비를

주문했는데 청양고추를 넣으신것인지 칼칼해서 부부만 먹었네요.

최근 밀가루와 탄수화물 섭취양을 줄이고 있었는데 완전 흡입했습니당. ㅠ..ㅠ

 

신나게 먹고 딸기쥬스가 서로 바뀌었다며 앙알거리는 남매들과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옵니다.

삐지기도 잘하는 아들은 피곤했는지 졸기 시작하고,

그래도 잘못한거 없다며 많은 양을 혼자 다 마셔버린 딸은 아버지의 기기로 게임을 하였습니다.

 

같은 장소에 있어도 다른 생각을 하는 각기 다른 가족들은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많은 곳에 다녀볼 요량입니다.

다음 방문시엔 꼭 북촌 한옥마을 동네도 슬렁슬렁 걷고 와야겠어요!

니들은 내 손안에 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