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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엄마의 나들이

서울, 성북동, 혜화동> 비오는 날의 풍경

 

 

 

 

 

 비가 내리는 성북동을 거닐러 나가보았어용.

집근처에 버스가 있어서 시원한 날씨와 하늘을 느끼며 가족들 모두 출근과 등원을 했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출근 후인 시간이라 도로가 한산해 질때쯤에

나서 보았답니다.

 

1111번이라는 재밌고도 신나는 초록버스는 한성대역을 지나 성북동 위쪽까지 올라가던데,

중간에 내려서 아랫쪽으로 거닐어 봅니다.

 

성북예술창작터라고 열심히 내부공사 중으로 보이시고 그 근처 경찰서 골목에는 성북동 갤러리도 있던데

왠지 들어가서 누구와도 이야기 해보고 싶은 작고도 소담스런 분위기에요.

2층에 사자머리를 한 남자분이 계시던데,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올라가 이야기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용.

현실은 현실인지라 눈이라도 마주칠까 잽싸게 돌아나왔습니다.

 

 

 

 

 

 

골목에 한정식집, 커피숍, 초코렛 카페, 나폴레옹 빵집을 들려 아이들 줄 빵을 몇 개 구입해보고 거닐어봅니다.

비가 내리다 말다 해서 우산없이 돌아봐도 괜찮네요.

오래된 동네마다 구석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시멘트계단이 있는 위쪽 동네도 보이고

흑...어디선가 노숙자 아저씨가 올라오셔서 후딱 내려갔어요.ㅋㅋㅋ

 

예전에는 저런데서 친구들이랑 가위바위보해서 올라가거나 내려가기 게임도 하고

앉아서 쉬기도 하고 ...엄마가 부르면 예~하고 냅다 뛰어들어가던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려도 봅니다.

 

신축도 좋지만 최근에 본, 건축학개론에서 처럼 리노베이션 하는...건축도 좋은 것 같은

빨간 벽돌지붕에 유리창을 덧대고 공간구성은 그대로 남겨둔 오래된 집이 보여서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역시나 카페를 겸한 다른 샵으로 이용되고 있네요.

 

꼭 멋지고, 넉넉하고, 여유로운 공간이 아니어도 될텐데,, 이 놈의 밑도 끝도 없는 욕심이 시작도 못하게 하고

끝도 못짓게 하는 나쁜 버릇 같습니다.

 

 

 

 

 

 

성북동에 가면 항상 오르내리는 오른쪽의 큰 도로쪽이 아닌 반대쪽으론 청소 중이신 몇 군데의 국수집이 보이고

서울 성곽길로 들어설 수 있는 공원을 겸한 돌계단이 있어요.

옆 쪽으론 학교 인듯한 건물들이 있던데 ...

이렇게 비가 오다말다 시간도 아침도 낮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에 사람이 있겠는가 싶었는데

운동하다가 내려오시는 몇 분과 마주치기도 하고 개에게 목줄을 단단히 매고 함께 오르시는 여성분도 마주했어요.

성곽은 약간만 오르면 마주하게 되는데 성곽과 함께 구름이 머물다가 지나가는 하늘과 아래쪽에서 위쪽까지

다양한 형태와 색상을 보여주며 쭉 이어져있는 주택들을 보자니 참 잘 짜여져 있는 직물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서울 성곽길은 길게 남아져있는데 이쪽 부근은 혜화문 방향으로 끊어진 부분이 많아서 다시금 조성하신 모양이에요.

서울을 껴안고 있는 구조의 작은 부분이지만

나무향과 한적스런 길을 걷자니 참 좋게 느껴집니다.

 

 

 

 

 

 

한 쪽부근에 빨간 산딸기로 보이는 것이 있길래 잘 쳐다보니 빨갛게 잘도 익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산딸기를 많이 본 적은 없지만 외형의 빨간 면이 켜켜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너무나 맨들한 면으로

송알송알 거리고 있으니 약간 다른 종인가 봅니다.

 

검색해보니 뱀딸기라고 하는데 독은 없으나 맛이 없어서 안 먹는다고 하네요.

맹맹....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에 가족과 함께 하는 나들이...

남편과 둘만의 외출...

모두 제가 즐겨하고 좋아하는 것들이지마는 온전한 개인시간을 갖는 지금의 이 시간은 뭐랄까...

꽤 정신을 말짱하게 깨어있게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가 온 후라서 그런거겠죠?

 

 

 

 

잠시 서울에 들린 친구와 만나 식사를 하고 하우스 맥주도 한 잔 했습니다.

일상은 그 나름으로도 아름답지만 빛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엄마와 아내의 이름을 필요로 하는 지금의 시점에선

현실적으로 자아를 찾거나 대외적인 일을 병행해 나가기는 쉽지 않죠.

 

현모양처가 꿈이었던 저는

진작에 사회적인 지위나 명성, 꿈은 포기했습니다만,

내 인생에 있어서 내가 원하는 바, 욕심내지 않지만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친구와 나누며

아이들 키우느라 넉넉하게 길고 길게 휴직 중인 그녀를 격려하고 부러워하며

아쉽게 돌아섭니다.

 

내 아이들과 남편과 가족이 있는 나의 집으로..

내가 하는 지금의 일이 유능하고 똑부러지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하겠지만

조금 유순하게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불만족 스럽지않게 가족에게 길들여져 있는 내 모습을 느끼며

욕심은 적게, 삶은 풍요롭게 정신적으로 만족하는 삶에 대해선

좀 더 생각해봐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덥지만 비가왔다 개었다가 션션한 바람을 동반하는 것처럼

삶도 정신없이 바쁘지만 좀 쉬기도 하고, 돌아보기도 하며 그렇게 걸어나가야겠지요.

 

언제 쉬게될지, 끝날지는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