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버스커버스커의 신곡뿐만 아니라 벚꽃엔딩 노래를 들어도 가슴 속에 바람이 이는 가을입니다.
햇살은 아직 따사로운데 바람은 칼져지는 상반된 감성...
예전에는 세월이 가는가보다, 계절이 변했는가보네..했었는데
나이를 먹은 것인지 아니면 감성이 커진 것인지 소소한 세상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니
반갑기도 하고 낯설기조차합니다.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과 꽃들이 감사합니다.
딸이 찍은 고양이와 이름모를 빨간 꽃입니다.
그녀는 감성이 참 가득하고 풍부하고 쏟아낼 줄 아는 것 같아요.
가을에 떠나신 엄마곁에 갔다가 친정식구들과 식사를 하였습니다.
장소를 정하기도, 개인생활에 날짜를 정하기도 힘들지만 우리 친정가족들은 가능하면 맞춰주는 편이라서
자주 지각하는 강스가족도 조금 서둘러본답니다.
손주들 보시고 함께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신 친정아버지는 아이들을 살뜰히 봐주시고
어쩜 한식만 선호하시지않으실까 하는 사위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양식도 잘 드십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만나도 행복한 얼굴로 서로 잘 놀고 어울립니다.
가족이 주는 마음의 평온함은 친구나 지인들을 만날 때와는 사뭇 다르죠.
아직 서툰 그 편한스런 마음은 나이가 들어서도 오래갈 듯 하면서도 새삼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엄마가 계실때는 이런 계절엔 온가족이 펜션잡아서 놀러가곤 했는데
더 추워지고 찬 바람이 불기전에
아이들 데리고 뛰어놀 넓은 잔디밭이 있는 서울 인근의 펜션을 잡아서 함께 놀러가야겠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계속된 일상은 조금은 멈추고 쉬어가라 속삭이는 것 같아요.
집으로 가기 싫어하는 남매들을 데리고 인근 북서울 꿈의 숲으로 갑니다.
저녁식사로 간단히 하자며 어묵우동과 돈가스를 주문하니 여유로우신 주인아저씨는 함흥차사...
노래를 틀어두셨는데 아주 오래 전 텔레비젼에서 보며 들어봤을만한 만화영화주제가가 나옵니다.
아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이럴 때는 남편과도 꽤나 나이차가 느껴져요.,
4주년을 맞아 다양한 축제를 준비하셨던데 야외무대에서는 삼바풍의 생음악이 흘러나오고
남매는 그새 놀이터로 잽싸게 뛰어갔습니다.
어두컴컴한 가운데 춤을 춰도 누가 누군지 모르실지라 흥쾌하게 흔들고도 싶었으나
일상에서 참하고 고상하게 살기를 강요당하다보니 남편의 눈치도 보게 되네요.
어떻게 몸을 흔드는 것이었더라??~~~
실내 북카페에 들어서니 조용히 책읽는 사람들, 대화하는 사람들....아이들의 소리가 싫지않네요.
어스름한 저녁에 여유롭게 차 한잔하면서 이런 시간을 갖는 사람들이야말로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은 아닌가
자문하고도 싶습니다.
남편따라 따뜻한 카페라떼 한잔 주문하여 마시고
아이스크림먹으며 깔깔거리는 남매를 바라보니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요.
많은 욕심과 상념과 기대가 가득한 불혹의 나이..
돈과 아파트 평수와 사람들의 기대에 완충될 만한 여유적적한 미소가 깃든 여유로움...
우리는 너무 많은 눈길을 의식하며 사는것은 아닌지, 그래서 더욱 빨리 지치는 것은 아닌지..
오랫만에 아트라는 잡지를 냉큼 모조리 끌고와 눈으로 먹는듯 훑어내리면서 매우 행복하였습니다.
나에게 뇌의 자극을 주는 그림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
저도 욕심없이 그려보고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하면서 마음의 바람을 가득 담아봅니다.
아이들의 북카페에 찾아가보니 딸은 그새 친구를 사귀어 놀고있고
아들은 하라는 공부는 하기 싫은 표정이 가득한데, 본인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보며 완전 집중하고 있습니다.
후다닥닥....저도 보고픈 잡지보고
앞으로도 저렇게 간단한 것들을 하면서도 행복한 얼굴을 보여주는 남매들처럼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해보고 행하고 픈 것들의 실행을 꿈꾸며 음흉한 미소를 지어봅니다.
현실생활도 열심히 꾸준히 해야겠지만
자신에게 주는 행복한 시간은 상처럼 주어져야 살아가는 낙이 있는 거겠죠.
그래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좋은 날씨를 느끼고 먹고 마시고 숨쉬는
나의 가정이 있어서 감사하고 남편이 있어 행복하고 든든하여 가족들을 자주 껴안아주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기위해선 운동을 해서 건강도 보살피라며 남편은 무척 신경써주시는 듯 한데..
저는 참 운동은 싫어용..
술 한잔 걸치고 편안스레 잠드는 여유를 오랫동안 느끼려면 몸건강도 고려해야할 것 중에 하나인데
아..자신은 없고 관심도 없지만
나의 지인들과 가족을 위해 좀 관심을 가져야겠지용..
가을은 올해도 빨리 지나갈 것입니다.
벌써 바람냄새가 ......
더 추워지기전에 잠시 떠나기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