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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엄마의 나들이

서울, 종로> 인사동 봄날

 

 

 

 낙원악기상가 왔습니다.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딱히 살 것도 볼 것도 없어 인사동에서 가깝지만 들려보질 못했는데

얼마 전, 시켜볼까 하고 쥐어준 바이올린 줄을 딸이 끊어먹어서 줄교체도 여쭐꼄 들려보았습니다.

오래된 전통을 말해주는 듯한 계단을 오르면 점심시간 즈음이라 청국장 냄새가 가득돌고 있는 정감어린

낙원상가로 입성합니다.

바이올린을 비롯한 다양한 악기들이 즐비하고 우리 딸의 바이올린 줄은 저렴한 가격에 교체가 가능함을 인지하고

둘러봅니다.

 

 

 

알록달록한 예쁜색과 모양의 다양한 기타들도 살펴보고 모든 것이 유행이 있는 듯, 음악도 그러함을 느끼게 되네요.

통기타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좀 더 간편하게 휴대하고 배우기도 쉬운 우쿠렐레가 대세인가 봅니다.

아이들용도 있어서 여쭤보니 뽀로로모양, 키티모양 등으로 할인을 많이 해주신답니다.

전자 우쿠렐레도 있으며 남편이 20대에 들었던 헤비메탈음악이 생각나는 전자기타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쪽으로 많이 집중하다보니 음악을 배우고 예체능쪽을 가르치는 것이 좀 더 빨리 진행되는 것도 같고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사람들이 원하는 예쁜 음과 색과 모양을 갖춘 장비들이 새롭게 느껴지네요.

개성이 살아있는 케이스도 다양하고 이뻤는데 여성들을 위한 꽃무늬 가방은 정말 귀여웠습니다.

 

 

 

구입은 하지않고 둘러보는데 상가는 한산스러웠고, 바이올린 선율이 들리는 샵도 있었고, 쥔장님들도

예술혼을 불러일으킬만한 외모와 포스가 느껴지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제가 어릴 적에 쳤던 상표의 피아노를 만나 반가웠고, 집에 연결해야하는 선이 어딘가에 있을텐데 하는 느낌의

다양한 전선들과 우리 딸을 데리고 왔으면 하나 잡고 불러제낄지도 모를 마이크들이 다양합니다.

 

결혼하고 남편회사에 떡을 맞춰보냈는데 그때 유명한 낙원떡집에 주문을 하려고 들린 이후로

낙원동 쪽으로 발걸음하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세상은 조금씩 빠르게 돌아가는데 피아노를 닦고 조율하고 열심히 일을 하시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계신

분들이 소중스럽게 느껴지는 악기상가였어요.

오래오래 머물러주기를....

 

* 낙원동 악기상가: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 284-6 낙원악기상가

 

 

 

 

제가 좋아하는 인사동 구경도 뺴놓을 수는 없겠죠?

오늘은 매서웠던 추위가 사라지고 정말 땃땃스런 하늘빛이 내려오는 평온스런 날입니다.

남편과 만나서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집에서 만나는 남편과 밖에서 만나는 남편은 같은 사람일진데 왠지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데이트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움찔 움찔....

 

 

 

쌈지길 맞은 편으로 부산식당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남편의 고향이기도 한 상호와 우리가 겨우내 먹고 싶어서 노래를 불렀던 동태탕전문이라니 꼭 가보자했지요.

지금은 동태의 원산지 문제로 대구탕으로 호환하여 판매하십니다.

가격도 참 착한데 북적거리는 점심 때를 조금 지나서 들어가 안쪽 좌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습니다.

구수한 보리차를 마시며 대기하니 양철 냄비 따앟~~~~

한 참이나 지나서 나오는 밑반찬, 위생을 논해서는 아니되는.....

맛집을 찾아다니나 최근들어 실패를 거듭하는 아내인지라 남편은 긴가민가 하는 심정으로 앉아 계십니다.

 

 

 

 

뚜껑을 살포시 열어보니 아가미가 신선하고 눈색깔도 말똥말똥한 대구머리와 몸통이 담겨있고

각종 야채와 두부, 숙성시킨 듯한 빨간 양념장, 많아 보이는 마늘이 보입니다.

보글보글 ...한 참 끓자 내장추가가 되는데 우리가 생각한 알이 아닌 진정한 생선내장..

남편도 놀라는 눈치였으나 깊은 진한 맛을 내어주니 끓여서 버려지는 양철통으로 쏘옥~~~

 

국물이 좀 더 졸여져야하므로 두부부침을 맛봐요.

두껍게 기름에 지져진 두부는 알싸하게 익은 열무김치를 얹어먹어도, 매콤한 청양고추가 들어간 양념장을 얹어도

띵호와~~~

남편의 눈이 슬슬 커질 즈음 나온 하얀 쌀밥...

부부는 오랫만에 밥을 2공기 주문하고 싹싹 비웠습니다.

엄마가 해주는 든든한 밥처럼 정말 마음이 포근해지고 든든해지는 밥심이 생기는 것 같았고,

남편에게 잘 찾아내었다고 칭찬도 받았지요.

짜지않은 게장, 참기름향이 구수한 콩나물 무침, 제대로 익어 밥 위에 얹어먹으면 아삭거리는 무김치,

양배추찜과 된장, 파래무침까지...감사합니다~~~~

 

* 부산식당: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0

 

 

 

후식으로 남편은 스타벅스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고 생생한 딸기빙수를 맛보러 인근 설빙으로 갔습니다.

한국식 후식 전문점이라니 정말 다양한 빙수들과 먹거리들에 놀랍기도 했지만 다양성이 존중되고 개성적으로

변모하는 식문화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하고 외식의 기회와 만남의 기회가 잦다보니 남편이 트렌드흐름을 더 빨리 인지하는 것 같네요.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이소라의 노랫가사처럼 휘릿~하고 10년정도 가정주부로

소임을 다하다보니 우물안 개구리가 된 느낌도 많습니다만...

이렇게 계절의 변화와 아름다움, 일상이 주는 소소함, 가까운 사람과의 편안스러움을 느낄 수있으니

행복하다고 생각해야겠어요.

 

봄이 정말 가까이 손에 잡힐 듯 합니다.

따스한 나들이를 많이 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