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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이야기>/가족요리

늦은 밤의 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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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더우면 냉면이 좋았는데 나이가 들었는지 콩국수가 좋다는 남편입니다.
더운 주말, 야구동호회에 갔다 오시면 땀으로 젖어 밥생각은 없고 시원한 콩국수가 먹고 싶다고 하시는데 콩갈고 준비하기가 그래서 시판제품을 사두었어요.
풀무원콩국시면에 프레시안 국산 콩국물을 3봉지해서 저렴하게 팔길래 사두었는데 더운 밤, 출출한 남편을 위해 콩국수를 베이컨도 있어서 치즈를 좋아하는 아들에겐 크림스파게티를 해주었죠.
면은 3,5분정도 삶았다가 찬물에 3번정도 씻어 물기를 빼고, 차게 미리 그릇에 담아둔 콩물위에 얹어 얼음을 두개 정도 올려준 뒤, 소금만 곁들여 내주면 되요.
아들의 스파게뤼는 아빠의 면과 함께 삶아 1/3정도로 나눴다가  올리브오일에 볶아요.
팬에 다진마늘을 볶다가 팽이버섯과 우유, 베이컨을 넣어 볶고 다시 올리브오일에 볶은 면을 넣어주죠. 위에 소금과 모짜렐라치즈와 파슬리가루를 뿌려 섞어줘요.
저녁을 많이 먹어서 그리 많이 먹지 않을 것이라는 엄마의 예상을 깨고 부자간은 열씨미도 먹습니다. 치즈를 좋아하는 아들은 눈을 감거나 캬아~감탄사를 연발하며 먹네요. 부지런히 포크질을 하는 모습이 이제 매우 능숙합니다. 물론 면가닥이 옷이나 바닥에 붙어있기도 해요.
치즈종류나 고기나 생선류를 무척 좋아하는 것은 아이들의 공통적인 식성이라고 하지만, 그런 종류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촌스런 토종입맛의 부모는 잘먹는 아들의 식성이 매우 재미있기만 합니다. 아이를 기르려면 식비도 참 많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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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늦은 밤, 아이도 일찍 자고 간만에 술한잔 하자는 남편입니다. 남편은 술마시는 것을 즐기지 않지만 엄마는 좋아하므로 기분 좀 띠우실려고 한 모양입니다. 잠든 아이를 업고 크림 생맥주를 먹으러 갔다가 담배연기도 그렇고, 아이도 자서 그냥 집으로 와 있는 것으로 차려봤어요.
수박과 사과, 먹다남은 치즈과자에 치킨너켓을 재빨리 궈서 준비하고, 잠실에 갔다가 롯데마트에서 구입한 말리부라는 진과 아이스티와 작은 럼을 섞어 엄마가 술재조를 하였어요..우하하..
얼음을 2,3개 넣으니 칵테일 맛이 난다는 남편과 섞은 술에 약한 엄마는 금새 마셔서 충분한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답답해하는 마누라를 위해 한 잔 술자리를 이야기하신 남편에게 감사를 보내는 바입니다. 아마 남편이 우울해보인다고 해서 좋아하는 야구를 나가서 하자거나, 지금은 아이때문에 전혀 안하시고는 있지만 컴터 게임을 하자고 저는 선뜻 말을 못할 것 같아요. 아직은 철이 덜든 마누라인가봅니다. 서로의 기분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며, 사랑을 온유하게 유지해나가는 부부의 각별한 시간은 꼬옥~~필요한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