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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엄마의 나들이

서울, 인사> 대학친구들을 2008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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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텔레비젼 교육채널에서 안식휴가라는 내용의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집안일과 육아에 지친 아내를 위해 남편이 대신 맡아 하고 아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것이죠.

남편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제게도 그런 시간을 주겠으니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고 했어요.
처음 줬던 시간엔 뭘 할지를 몰랐고, 비까지 내려서 집으로 와버리는 대참사가 발생했죠.
물론 남편은 제가 시간을 잘 쓰는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동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왔습니다. 저는 뾰족구두가 힘들었다, 영화관에 사람이 많았다는 구질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지 못한 스스로의 자책일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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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오랫만에 대학동창들을 만나기로 헀어요.

버스에서 책도 보고 바깥구경도 하니 좋네요. 비가 오다말다해서 날은 시원했고, 한시간정도의 시간에 인사동에 먼저 도착해서 슬슬 혼자 구경도 다니고 옷도 샀어요. 새로 생긴 가게들을 들려보고, 세계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실크로드 미술여행이라는 주제로 전시하고 있는 쌈지길에도 들렸어요. 귀여운 아이들의 재치가 묻어나는 그림과 설치미술들이 곳곳에 있네요. 현상금 붙은 사람의 몽타주를 붙여놓은 듯한 그림이 참 재미있습니다. 처음 망쳐버렸던 안식휴가와는 달리  달콤하고 진한 맛을 느끼겠더군요. 한시간 가량 혼자 다닐 즈음, 속속 친구들이 도착했다는 전화를 주네요. 이제 혼자만의 시간은 그만하고 사람들과 부비는 시간이 시작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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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차인 초등학생 둘을 둔 대전에서 사는 친구와 5년차로 화랑을 하는 친구, 전업주부인 저와 아직 솔로인 직장인 친구 4명은 음식점으로 들어가 한정식과 함께 인삼동동주 하나를 주문하고 밀려뒀던 수다를 본격적으로 풀어났어요. 각자의 생활이 묻어난 이야기속엔 지혜와 유머가 적절히 결합되어 있습니다. 물론 좋은 내용도 있고 남은 웃지만 본인에겐 슬픈 이야기도 있지만 역시 희희낙낙한 스타일의 친구들입니다.

가계부쓰는 요령과 시댁식구들과 남편에게 관심을 보여라라는 심리학적 학구적인 접근 방법도 있었구요.
물이 귀하던 시절, 명절날 그동안에 묵혔던 때를 벗기듯 가슴이 후련해진 시간이었어요.
"짱구"였던 제별명이 있었는데 친구들은 변함이 없다고 하네요. 그게 과연 어떤 건인지는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만요. 그렇게 두시간 가량 웃고 떠들다가 밖으로 나와 커피한 잔씩을 마시고 거리구경을 하였어요.


자주 봤던 인사동의 풍경이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에 따라 달라보일 수도 있더군요.
우리는 화랑에 전시회도 보고 진기한 물품도 보면서 즐거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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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시간을 뒤로하고 마지막 코스는 대학시절 자주 갔던 피맛골 지나가기였습니다. 음침한 골목을 따라 고갈비집, 우리가 다녔던 술집들을 지나자니 그때의 추억이 새록거리며 방울방울 피어나네요. 학교가 파하거나 비가오는 날이면 수업을 제치고 나와 질펀히 취헀던 곳입니다.


웃기고 좋은 예전의 추억들을 곱씹으며 골목길을 지나자니 그래서 지금도 만날 수 있는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때는 철도 없고, 어리기만 했기에 모든 것이 귀엽게만 느껴질 수 있는걸 꺼라고 30이 훌쩍넘어 기억해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잠시 잊고 있던 아들이 잘있을까라는 걱정이 떠올랐지만, 꼬옥 참고 집으로 갑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신호등 앞에 아빠와 우산을 들고 있다가 엄마가 보이니 손을 흔드는 아들입니다. 이런 일상이 있어서 가끔 얻는 혼자만의 시간이 즐겁기도 하지만 다시 가족에게 돌아오고 싶은 힘인 듯해요.
8시간 동안 아들을 먹이고, 놀렸던 집안은 치웠다는데도 어수선 하지만 나름 만족입니다.
남편에게도 칭찬을 해드리고, 아들에게도 잘놀았냐는 입맞춤으로 사랑을 전해줍니다.
오래된 친구들과의 짧고도 진했던 시간들을 보낼 수 있게 해준 나의 가족에게 감사하며, 매일의 가족과의 일상도 나중에 좋은 귀중한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