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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이야기>/타인의 밥상

서울, 신사> 마니, 가로수길~친구와 뚜비뚜바



오래된 엄마의 친구가 보고 싶어질 때 즈음
친구도 바쁜 일정이 마무리되었다고 해서 집으로 부릅니다.
아무래도 중간지역에서 만나자니 오가다 지나는 시간이 아쉬워
부모님도 잘 아시는지라 우리집으로 오라고 꼬드기는 동우맘에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서둘러와준 친구와 나가서 맥주한 잔 하고
집으로 들어옵니다.
아들은 자고 남편도 동참시켜 대화좀 하고 맥주도 약간 마셔요.
이럴 줄 알았다면 첨부터 집에서 볼것을 하면서도
분위기 좋은 외부에서의 만남을 그래도 꿈꾸다보니...ㅋㅋㅋ
아쉬운 밤이 흐르고 아침을 맞아 조식을 하고 후다닥 나가기로 해요.


압구정 가로수길에 갑니다.
둘 모두 들떠서 친구임을 드러내는 듯이 손을 부여잡고 걸어봐요.
따사하게 내리쬐는 햇살과 약간 찬 듯한 바람이 최상의 날씨입니다.
연애하는 기분이 이러곘거니 하면서 두 여인들은 바람든 마음으로 가로수길을 돌아봅니다.
역시나 많은 사람과 점심시간대여서 약간 혼잡스럽고
다양한 이유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간혹 보여요.
새로 생긴 샵에도 들어가보고 서로의 취향이 비슷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곧 일을 가야하는 친구라서 서둘러 점심식사를 하러 엄마가 좋아하는 마니에 가요.
오늘은 채식가샌드위치와 비프샐러드에 아메리카노를 마십니다.
커피맛을 잘 모르는 저도 친구와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그윽하고 구수합니다.
스프도 있는데 단호박이라서 담을 기약했어요.
왠지 밤스프가 먹고 싶었거든요.
쥔장언니에겐 보고 싶어서 샀으나 좀 어려웠던 7성급호텔의 주방장으로 유명한
에드워드권의 책을 선물했어요.

사람의 여유로움이라는 것이 마음에서부터 우러나는 것임을 느낍니다.
업무와 육아에 각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은 언제나 함께 웃고 떠들던 학창시절에 머물러있고
서로가 소중하고 애틋해지는 친구임은 시간이 가면서 더 명확해져요.
우리는 이러한 여유로움을 느끼려고 아둥바둥 또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서로 미소를 지어봅니다.
그리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아쉽게 헤어지지요.

살아가면서 세 명의 친구를 두면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했다고 한답니다.
저는 오래 한 지역에서 살다보니 참 좋은 친구들이 많아 부모님께 감사하기도 하는데요.
모아둔 재산도 없고 이렇다할 자랑거리도 없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비롯해 이런 또 다른 사랑하는 나와 인생을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지치고 힘겨울 때, 이런 기분을 상기하면서 또 살아가는 이유 및 힘을 얻는 것 같아요.

두루두루 내 주위를 둘러보면서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살았으면 했던
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