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생겼는지 알 길 없고 영화 한 편 애정 어리게 본 적도 없지만 잘생긴 세기의 배우라는 알랭드롱과
그의 그윽한 음성의 샹송이 떠오르는 가을 아침입니다.
4계절 모두 멋스러운 동네지만 가을의 운치가 더해질 성북동에 오전 일찍 방문하게 되었어요.
바라보면 멋있지만 가까이하면 코를 틀어막게 되는 은행나무가 즐비한 거리를 조심스레 걸어보며
부지런하게 화분을 내어두고 장사를 시작하시는 꽃집과 마주합니다.
구도심의 멋스러움과 낭만이 감도는 거리를 돌아보니 싸늘해진다는 날씨때문인지 동네주민도 별로 없고
자동차의 소음도 느껴지지않은 고즈넉한 오전이군요.
성북동 성곽길을 걸어볼까하다가 혼자라 무섭기도 하고, 걷아보면 종로구 쪽으로 넘어갈 것 같아서 포기하고
골목을 돌아 재미있는 주택들과 풍경들을 둘러봤습니다.
귀여운 가을의 볼거리들을 하늘 위로 뻗은 나무들과 담벼락의 가을 담쟁이로 확인하며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좋은 시간을 풍요롭게 하고자 카페로 들어섭니다.
빈티지하거나 촌스러움이거나 장점과 단점을 어떻게 풀어놓고 문장화하는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듯
품격있고 편안하며 유익한 시간을 홀로 누려봤어요.
"악마의 어둠처럼 검고 키스처럼 달콤하며 재즈선율처럼 따뜻했다" 커피 예찬에 공감하며 후루룩~~~
자수박물관은 훑고, 성북동의 대표적인 예술사학자 최순우 옛집을 방문합니다.
역시나 가을이 가득내린 한옥의 정취가 가득했는데 뒷 담장이 무너졌다고 멋진 뒷 마당은 돌아봄은 안되고
우물이 멋드러지게 있는 앞 마당과 근대 한옥적인 실내를 둘러볼 수 있었어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로 한국적인 미학을 다양하게 소개해주는 그의 면모를 확인합니다.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으로 보존되고 있는 이 곳은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1호입니다.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지만 봐도봐도 질리지않는 아름다운 장소이며 작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사랑방, 안방, 건넌방을 돌아보며 예술가의 품격을 음미해봐요.
원하면 도슨트 설명도 진행해주신다는데 잘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신기방기스런 주택들을 지나 골목을 빠져나오면 화랑 및 기업체, 박물관, 음식점과 카페들이 오픈 준비 중이네요.
사람들이 가득한 시간대를 지나오면 좀 더 여유롭고 호젓스레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감.
나폴레옹이 아닌 감각이 도두라지는 베이커리들이 많으니 둘러보다가 천연발효종을 사용한다는
샤또블랑이라는 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맛있게 즐길 빵들을 사보았습니다.
특색있고 재미있는 음식점과 술집을 지나오며 함께 하고 싶은 지인들을 떠올리고 인증샷도 찍어보고
가을을 지나 겨울분위기를 내고 있는 곳에서 시간의 흐름도 짐작해봅니다.
한옥과 건축물 사이 어디쯤처럼 중간 나이가 된 이 시점에 마음은 헛헛해지기도 하고
주체못할 감정의 흐름과 야속함도 감도는데 가슴 한 켠에 요런 즐거움을 주면서 지나오고 싶군요.
언제나 멋스럽고 품격있는 성북동, 또 누군가와 다시 찾아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