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의 마지막 날, 남편과 성북동에 놀러왔어요.
조용한 분위기의 성북동은 공사중인 곳이 많았고, 휴무인 곳도 많았지만 춥지 않아서
남편과 슬슬 걸어서 돌아보았습니다.
차 한잔할까 들린 수연산방이 닫혔고, 미술관들도 숨죽이는 듯 하니 패쓰.
옛날 분위기 가득한 금왕돈가스에서 정식을 주문합니다.
맛보다 추억으로 먹는 맛으로 달큰한 소스에 돈가스, 치킨까스, 함박이 담겨있는 커다란 화이트접시가 묵직.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는 가정집 분위기가 느껴졌고, 복스럽게 먹는 남편의 얼굴을 보면서
함께 마주앉아 먹었답니다.
성곽은 추워서 올라갈 생각을 접고, 예술가들의 마을 다운 핸드메이드 제품도 살펴보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햇살을 느껴보며 천천히 둘러봅니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고픈 금옥당의 양갱도 보고, 아이들 주려고 뭔가를 사가려하는 남편의 애정을 느끼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보다 가족을 생각하게 되는게 아닌가 싶었어요.
언덕 위에 새롭게 지은 건물에 베이커리 카페가 보여서 입장합니다.
주차장을 지나 위층으로 오르면 다른 개성의 인테리어가 보이는 성북로 카페입니다.
진하고 그윽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핸폰에 집중해있는 남편을 바라보다가
개취가 확연할 인테리어와 서적도 살펴보았어요.
남편의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처럼 성북동하면 떠오르는 나폴레옹과자점에서 요거트베리 케이크를 삽니다.
바람이 잠시 멈추고, 서로를 조용히 바라보며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끼는 사이.
부부사이.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우선으로 빌어보며
천천히 오렌지빛으로 저물어가는 햇살을 보면서 귀가하려니 거리의 사람들과 고민들이 천천히 소멸되고
사라져가는 새해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