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여행이야기>/시티투어

부산> 2010 부산여행 2박3일 <3일-두울>



 

태종대로 갈까 하다가 시간과 체력상으로 무리일 듯 해서 바로 앞, 자갈치시장에 갑니다.
좌판이 즐비하던 예전 맛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멋드러진 건물이 들어서고 정돈되어진 모습이지만 시장이라는 느낌은 그대로에요.
동우는 커다란 오징어와 가득한 생선들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가락시장과 아쿠아리움 등을 가봐서 해양생물에 큰 기대는 없겠지만
가까이서 바라보고 물어보고 하네요.

멋진 자갈치시장 건물 앞쪽으로는 영도다리도 보이고 부산의 바닷내음이 물씬 풍깁니다.
건물안에 들어가면 수산시장다운 면모가 가득하구요.
어느정도 들어가다가 나옵니다.
구입할 것도 아닌데 미안스럽기도 해서요.

밖으로 나오니 남편이 좋아하는 물미역과 파래의 내음이 발길을 잡아당깁니다.
우리는 물이 흐를까, 냄새가 날까 이동시의 고민을 하다가 패래만 약간 구입했어요 .
간간 짭잘한 것이 음......
말로만 듣던 고래고기, 말린 생선을 파는 가게를 지나 남편이 자주 들렸다는 문우당서점도 지나요.
폐점하려는 것 같던데..서점이 없어지는 모습은 아쉽기만 합니다.

가족은 알고는 그냥 지나기 아쉽다는 40계단으로 갔는데 택시를 탈 것을...
후회하면서 당도합니다.
뺀질이 아들은 아빠에게 안겼다, 엄마에게 업혔다, 스스로 걸었다 했는데
슬슬 짜증도 날만한 거리여서 힘겹거늘...희희낙낙이네요.

 

부산 중구의 40계단 문화거리는 골목 안쪽에 잘 숨겨져 있어요.
남편 덕분에 쉽게 찾습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없다"로 유명하다는데 엄마는 주먹질하는 장면만 알고 보질 못했네요.
작은 오래된 동네 같은데 꽤 정겹습니다.

군데군데 재밋거리도 찾을 수 있는데 시대상을 반영한 조각상과 기찻길, 전봇대 등
인위적인데도 꽤 잘 어울립니다. 오래된 포스터도 전봇대에 부착되어 있구요.

뻥이요~ 장수조각상에서 장난끼를 발산하는 부자간을 보니 피곤이 조금 사라지네요.

40계단으로 향합니다.
왜 유명하다는지 썰렁하기 조차하였지만 예전 만남의 장소로 이용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약간 이해가 됩니다. 좁은 골목으로 나가자니 더 좁고 가파른 계단을 발견합니다.
삶의 고단함이 묻어나지만 정감어린 시선들로 돌아보게 됩니다.

40계단 문화관에 갑니다.
이 동네는 계단 대신 동그랗게 올라가는 원형의 오름길이 있는데 신기합니다.
색타일로 치장을 한 그 곳에 누가 먼저 올라가나 내기를 하면서 오르니
주민센터 안의 5,6층으로 작은 문화관이 조성되어 있어요.
옛 물건과 이야기들이 가득한데 이 곳에 다양한 문화, 예술인들이 들렸던 흔적도 만화로
한 눈에 알 수 있네요.

 이 좁고 허름한 동네에도 줄지어 서 먹는 유명한 일식 돈가스집이 있고
귀엽고 앙증맞은 장신구를 파는 핸드메이드 샵도 있어요.
가난을 경험하지 못한 자에겐 잘 알 수 없지만 싸한 삶의 무게의 기운이 스치고 가면서
내 아이에겐 절대 알게 하고 싶지 않은 삶의 일부분으로 생각되어집니다.
그 시대를 힘겹게 버텨 오신 어머님들의 노고가 애처롭습니다.
남편의 첫 직장도 이 쪽이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니 옛 이야기를 더듬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재발견이네요. 풋풋했겠어요.ㅋㅋ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에 갑니다.
전에 중국집에서 먹었던 맛있는 중국요리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네요.
아들은 또 털보 조각상 흉내를 내서 엄마를 웃겨줍니다.

예전 중국영사관이 있던 자리는 화교학교가 되었다는데 벽면으로 삼국지의 주인공들이 있어
보는 재미가 있네요.
러시아 언어로 씌여진 간판과와 함께 하고 있는 차이나타운은
한국전쟁 당시 외국병사를 위한 유흥가였다는데
몇 십년 전까지도 우리나라 남성들을 상대로 번화하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축소되어
이제는 음식점과 상가 몇개가 전부인 것 같습니다.
부산 어느 곳에서나 전쟁의 아픔과 그로 인한 상흔이 남아있는 것을 느끼니 참 씁슬합니다.

역시나 남편이 즐겨갔었고 엄마도 한 번 와봤던 중국요리집에 갑니다.
여전히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곧 기차도 타야 하니 짬뽕과 짜장면, 군만두를
주문했어요.
뭣이 좋은지 연신 즐거워하는 아들과 식사를 합니다.
쫄깃한 면발, 시원한 국물, 고기가 가득한 군만두..모두 맛있었어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부산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갑니다.
딸까지 왔다면 절대 감행하지 못했을 부산도보 하루여행까지 2박3일 일정이 끝나갑니다.
몸은 피곤하여 세 식구가 모두 기차에 오르자마자 잠들었는데
아들에겐 조금 무리였겠지만 많은 추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크면 함께 와서 아쉽게도 돌아보지 못한 부산의 명소, 태종대와 용궁사, 어린이대공원
등도 차례로 돌아보고 싶어요.
좋은 출장의 시간을 함께 내어주고 다녀 주신 남편에게 감사드리며...
또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현실에 충실한 아내가 되고자 합니다.

안녕...부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