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여행이야기>/시티투어

제주> 친정엄마, 강스가족의 겨울제주도 2박3일 <이틀>


 피곤한데도 잠이 잘 안와서 뒤척이는데 엄마도 잠이 오다말다 밤새 그러셨나봐요.
엄마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해가 뜨는 것을 어슴프레 느끼다가 살포시 신라호텔 정원
한바퀴를 돌까 살금거리며 나옵니다.
추울 것을 예상하고 둘둘말아나왔는데 엄마가 연신웃겨주시네요.
넓고도 잘 조성된 정원과 약간 쌩뚱맞은 캠핑존, 쉬리언덕을 빠르게 지나자니
딸이 깨서 엄마찾고 운다며 남편의 호출전화가 오네요 ㅠ,ㅠ
아쉽지만 후다닥 돌아가요.


나갈 채비를 하고 로비에서 조금 노닥거려도 봅니다.
도어맨과 벨맨 등은 정말 친절하시면서도 잽싸십니다.
추운데 고생이 많으세요. 괜히 미안해지고....


아침식사는 전에 롯데호텔에 왔을때 들렸었던 제주맛사랑에서 했어요.
고등어조림을 먹었는데 칼칼한 국물에 비벼먹고 아이들은 양념이 베지않은 고등어쪽 고기를
얹어주니 잘 먹습니다.
고등어나 갈치조림은 매콤달콤한 차이가 있어서 입맛에 따라 잘 선택해야하고
무, 김치 등을 함께 다양하게 음식점마다 다르게 넣어주는데 확인해서 드시는게 좋습니다.
달지않고 약간 매콤한 국물에 무가 곁들여져 나오는 제주맛사랑 음식점이에요.
좌식으로 넓고 손님이 없어 눈치보지 않아서 좋았어요.
앞 쪽 천제연폭포에 들어가보려했는데 바람과 눈발이 세서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해요.

제주맛사랑: 중문단지 여미지식물원 정문앞 / 064-738-7060


이중섭문화의 거리에 옵니다.
주차를 하고 나서자 동네가 야트막한 언덕으로 가로등이 그의 미술작품주인공들이에요.
푸른 하늘과 멋스러운 제주도의 옛가옥까지 어우러져 깜찍하게 구성된 곳 입니다.


이중섭거주지는 집하나가 아닌 작은 방 한 곳이 거처라고 했습니다.
예술가는 죽어서 유명해지기 전까진 가난한 직업이라는 당시의 배경을 짐작하자니
맘이 아프군요.
작은 방에 작은 부엌이 달린 곳에서 4식구가 살았다고 하네요.
그래도 강렬하고 완숙미가 넘치는 그의 그림들에서 치열했던 삶의 흔적이 남아있겠거니
하고 짐작해봅니다.
한 겨울임에도 초록이 완연한 앞마당과 돌담길을 지나 동네를 내려다봅니다.


업어져서 뭔가를 빼꼼히 한참동안 앉아보던 동우가 자세를 바꿉니다.
길바닥 도로에 이중섭의 그림이 군데군데 있었더군요.
거꾸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감지하고 다시 들여다보면서 뭣을 그렸는지
생각해보고 있던 중이었나봅니다.
그의 대표적인 그림체 중에 인간과 게와 물고기의 모습이었습니다.


그의 거주지 옆으론 작고 귀여운 앙증맞은 하얀집이 있었는데 옆으로 작은 귤밭도 있어
너무 좋아보였습니다.
바다내음이 짭잘하게 올라오는 언덕에서 귤향기도 맡으며 맑은 하늘에서 조심스레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차를 타고 다음 코스로 이동해봅니다.


천지연폭포입니다.
천제연이나 천지연이나 둘 중에 하나는 엄마께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날씨가 쾌청하게 느껴져
입장했더니 바람이 제법 세찹니다.
천제연은 멋드러진 전망과 다리가 있지만 계단이 있고 가파르기도 해요.
아이들을 유모차에 앉히고 10분 남짓한 거리를 걸어들어가봅니다.
아들은 전에 이곳에서 달팽이를 발견했었다며 기억해내더군요.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를 엄마와 남편에게 건네봅니다.
그윽하니 따땃한 표정들이시네요.
앞쪽으로 식수대가 있어 마셔보니 명쾌, 상쾌, 통쾌한 기분이 쫘악 드는 시원함입니다.


안내코너의 생뚱맞은 여직원보다 유모차대여소의 친절하신 관리소 아저씨께서 추천해주신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동물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고 해서 들렸더니
한라산쪽으로 높게 위치해있어선지 눈바람이 매섭더라구요.
입구까지 갔다가 도로 조심조심 내려옵니다.
제주도의 날씨는 흐렸다 맑았다 눈내렸다, 우박왔다 참으로 변덕스럽습니다.
이제는 여자가 많다는 말도 옛말일텐데 말이죠..ㅋㅋ
여자들이 변덕스럽긴 한가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제주민속촌박물관은 19세기의 제주를 재현해 놓았다는데 넓기도 넓고
전통가옥들이 비슷해서 추운겨울에는 방문하면 별로 인 것 같아요.
아이들을 동반할 경우 유모차대여를 2천원에 해주는데 매우 낡은 것으로
외국인가족들도 오고 하는데 교체를 했으면 싶을 정도였어요.
바람막이 비닐을 덮어주지만 덜그덕 덜그덕...삐그덕 삐그덕~~광고에서 나오는 소리납니다.
대장금 및 다양한 드라마촬영지로 단체관광하는 학생들로 인해 돌아보는 기차운행까지
중단되어 추운 날씨에 급히 돌아보고 나왔습니다.

날씨가 좋은 때는 모를까...겨울에는 빼도 상관없을 장소에요.
군데군데 제주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전통가옥이 숨바꼭질 하듯 나타나곤 하거든요.


주차장에서 도로로 접어들면 눈앞에 깨끗하고도 영롱한 바다가 펼쳐집니다.
표선해수욕장이라던에 여름에 아이들과 뛰어놀기 적당한 갯벌과 물빛인지 하늘빛인지
너무도 맑고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입니다.


아이들은 꾸벅꾸벅 졸고 김장훈의 고속도로 로맨스라는 대중가요가 어울릴듯한 기분좋아지는
풍경의 도로를 달립니다.
남편은 어제 저녁식사시에 나온 전복죽을 아이들이 잘 먹는 것을 보고 검색해서 맛집으로 갑니다.
커다란 전복과 내장을 넣어 색이 황금빛인 전복죽으로 젓갈내음 비릿한 김치와 익은 냄새가
확 풍기는 깍두기가 곁들여져 나와요.
역시나 아이들이 잘먹어서 남편은 포장도 해갈까 하시지만 죽이라는 것이 퍼지기전에
바로 뜨끈할 때 먹는 것이 좋은지라 하지 않아요.
배부르게 먹었는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도 뵈시고 젓갈 등을 포장해가시기도 해요.
오조리라는 마을의 여성분들이 동참하는 음식점 같았는데 역시나 서비스는 생각안해야겠죠..ㅋㅋ

오조해녀의 집: 제주시 성산읍 오조리 / 064-747-0893


좁은 골목을 뱅뱅 돌아 성산일출봉에도 가봅니다.
예전에 사진만 찍고 내려간 적 있던 동우맘은 이곳이 한라산인줄 알았다는 ㅠ,ㅠ
바람이 여전히 세차서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차타고 도망가요. 휘리릭....
그래도 아버지와 함께 사진찍는 아들은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휘닉스 아일랜드가 있는 섭지코지유원지에 옵니다.
어쩐지 오는 길이 아름답고 어디선가 봤다 싶더니 역시나 드라마 촬영지입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이라더니 정말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제주도의 경치에요.


휘닉스 아일랜드는 2008년 그나마 최근에 지어졌으며 레드동, 옐로우동 등 이름도 귀여운
객실건물단지와 개인별장이 갖춰져있고 유명한 글라스하우스
레스토랑이 있는지라 한 번쯤 가족과 와보고 싶은 리조트입니다.


역시나 제주의 삼다라는 여자, 돌, 바람 중에서 여자빼고 흠씬 느끼게 되는 섭지코지입니다.
아름답긴하지만 바람이 거셉니다.
주차장 앞쪽에서만 잠시 나왔다가 사진만 찍고 후다닥 차량탑승합니다.
오늘은 참으로 부산한 풍경구경의 날이네요.


너무도 아름다우며 겨울을 거스르는 유채꽃밭을 지납니다.
꿈길같다더니 행복스러워질 찰나 사진촬영비 1000원이라는 표지판을 스치듯 봤습니다.
눈좋은게 흠인지...순간 기분이 조금 휑해지네요.
태초의 어느누구 것도 아닌 땅이며 풍경인데...사람의 마음이 문제인것이겠죠..


고단했던 하루의 여정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러갑니다.
한스뷔페였는데 역시나 차량운행되고 친절하셔서 좋았으나 맛은..그닥....
아깝게도 몽땅 남기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차라리 휘닉스파크의 레스토랑에 갈 것을 예약해야되지 않나해서 돌아온 것이 화근이네요.
역시 여행에선 돈생각말고 맛나게 먹고 즐기면 되는 것인데 말이죠..
씁쓸하고 공허한 마음이지만...피곤을 무릅쓰고 사우나를 이용하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