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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엄마의 일상

내머릿속의 지우개

우울하였습니다.
화도 났구요.
이유와 원인을 알 수 없는 낮은 기분은 한 참을 가서 ....
병원에 갈 정도로 몸은 안좋아지고..주위 사람들은 힘들어하고, 아무튼 이래저래 쌓이고 있었어요.

남편의 워크샵을 핑계삼아
친정엄마께 가서 아이를 맏기고...
첫 날엔 병원에 갔다오면서 두 시간 정도를 정처없이 걷기만 헀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조금 기분이 나아지더군요.

둘쨋 날엔 오랜 지란지교들을 만났습니다.
내 우울이 보여지는 것은 상관없었으나 그들이 걱정할까봐 조금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친구들을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과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차를 마시고, 과거를 회상하였던 시간동안...
나의 우울은 치유가 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집근처가 아닌 명동이라는 곳에서 우리는 많은 인파에 치이긴 했지만 삶속에 끼어들어 북적거리는 것을 느끼며 식사를 하고 차를 마셨습니다. 서로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추억을 회상하며 있자니 시간은 왜그리 빠르게 가던지요. 어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눈빛과 얼굴만 보아도 아는 오랜 친구들입니다. 20대에는 알지못했었는데 오래될수록 우정도 숙성되어가는것이며 그 참맛을 아는 것인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보다는 시간이 날때면 이 친구들을 찾게 됩니다. 더더군다나 머릿속은 혼란하나 마음은 침체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제게 선 뜻 나서 그들을 만나고 싶어 나간 자리이다보니 안개가 걷히듯 마음속의 거울이 깨끗해짐을 느낍니다.

어떤 책에서 봤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3분 이상을 가는 화는 누구에게 받아서 생긴 문제가 아닌, 본인 스스로가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하더군요.
이유와 원인도 없는데 누군가가 해결해주고 날 보듬어 안아주고 괜찮다고 말해줄 가슴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가 자문해보았습니다.
그녀들은 우정으로 날 끌어안고, 다독여줬으며 괜찮다고 잘 될것이라고 무언의 무엇인가로 감싸안아준 듯 합니다. 언제나 자신들도 벅찰 때도 있겠건만, 항상 미소를 띠우며 좋게 말해주는 그녀들이 참 든든합니다.
또한 친구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데 나는 그녀들에게 호감주는 좋은 존재였는지 생각해봅니다. 20대의 나는 내 의견을 많이 내세우고, 감정조절을 하지 않았으며, 솔직하다는 미명으로 직언을 서슴치 않았던 중죄인입니다. ㅡ,.ㅡ
그녀들은 그냥 그려려니 하고 날 받아줬을테고, 그렇게 세월은 지나간 것이겠죠.
우리는 적은 돈이지만 조금씩 모아 40살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건강에 무리도 오고, 각자의 생활도 있고, 삶의 연속이긴 하지만 항상 밝게 유지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나를 반성하고 위로 받고, 또 해맑아 졌습니다.
우리에겐 아직 더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이므로, 또 그렇기 때문이라도 건강하게 삶을 진행시키며 더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집니다.

남편도 좋은 벗이지만 인생의 정말 좋은 벗은 오랜 친구가 아닐까 합니다.
친정어머니 또한 늙어갈수록 소중한 것은 가족도 그러하지만 친구라고 안타까워하시며..
자주 만나고 서로 좋은 추억을 쌓으라는 조언을 하시는 것을 보면..맞는 이야기 같아요.
물론 친언니도 있고, 좋은 선배들도 있지만 나의 오랜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비롯해 더 많은 염려와 배려와 마음을 자주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머릿속의 시커먼 잡념을 싹 지워준 지란지교들에게 다음엔 따뜻한 밥한 끼 해서 집으로 초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밥먹으러 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