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태종대에 갔습니다.
부산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부산에 가면 어디가볼까 질문하는 지인들에게 한 번쯤 들려보라고 권하는 장소인데요.
아름다운 부산의 바다와 섬들을 눈 앞에서 마주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랍니다.
10여년 전, 남편과의 여행지로 크게 기억에 남아있는 곳인데 다시 방문하니 설레이네요.
다누비열차가 있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아이들과 걸어서 둘러보기로 하였는데 추후에 아들이 이 곳에 왜 왔냐
꽤나 궁시렁거리게 하였던 도보관람이었어요.ㅋㅋ
그래도 역시 씩씩스런 우리 아이들 열심히 걸어주었습니다.
자갈마당에서 내려가면 유람선을 탈수도 있지만 시간이 애매하니 고냥 걸으면서 멋진 절벽과 해안을 둘러보기로 해요.
아빠와 엄마를 따라 바다를 자주 보곤했던 아이들에게 겨울바다가 주는 신선하지만 칼칼한 내음과 바람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매우 바람이 센 곳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은 둘러보기 좋으라는 하늘의 선물인지 날씨가 너무 좋네요.
낚시를 마무리하고 내려오시는 장비가 커다란 분들도 보이십니다.
해안도로를 걸으며 뉘엿뉘엿한 주황색 해를 바라보니 하늘빛을 물들이며 떨어지는 석양이 너무 아름다워요.
아이들 사진도 찍어주고 멀리 바라도 보고,
여유롭게 걸으니 떠있는 배들과 파란바다와 다양한 빛을 내뿜는 하늘이 마음을 들뜨게도 편안하게도 합니다.
남매는 열심히 걸으면서 아빠에게 똥침도 쏴주는 즐거움을 선사했어요.
드디어 등대쪽으로 도착!!
전망대쪽 레스토랑을 지나 내려가면 사진찍기 좋은 아름다운 장소들이 나옵니다.
아이들은 알아서 포즈를 잡아주며 드디어 도착했음에 신이 나 있는데 더 걸어야한단다..ㅋㅋㅋ
사진도 찍어드리고 우리가족도 찍어달라 부탁드리면서 마음이 꽁알꽁알해집니다.
역시 사진이 남는 법~~
우왕...영도등대입니다.
신선바위와 망부석바위가 대체 어디어디인지도 가늠할 수 없게끔 슬슬 어둠이 깔리며 깊고 깊은 계단을 밟으니
정신이 아찔한 지경이나 아이들은 잘 내려갑니다.
회를 파는 작은 노상들은 벌써 문을 닫았고 멀리 해운대즈음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와요.
등대쪽으로 가면 똥침을 할만한 커다란 바늘모양의 조각상이 있다하니 아이들은 매우 궁금해하던데 막상 도착하니
사진만 찍고 아랫쪽으로 이동합니다.
아이고 무서버라..어둠이 깔리니 더욱 무섭습니다.
10여년 전에는 어찌저찌 걸어왔다가 비바람이 몰아쳐서 앉아뭉쳤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어둠이 문제군요.
공룡발자국이 있다하니 아이들은 찾아보려고 하지만 금새 내린 어둠은 암흑 그 자체~~
아이들을 위해선 좀 더 빨리 서둘러 오심이 좋겠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연애시절, 여행지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추억의 장소라고 하니 알았다고는 하나
큰 기대도 없이 걷는 것이 힘들기만 했던 아들과 새로운 곳에 와서 좋았다는 딸을 보니
태종대는 기다려주고 우리 부부만 열심히 달려가고 달려온 듯한 느낌이네요.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장소가 있음은 행복하지만 어둠이 내리자 다시 걸어서 입구에 가야하는 가족들은 열심히
각자의 걸음을 옮기고 있으니...이런 감성무딘 가족들 같으니라궁~~~
다음엔 여유있게 와서 다누비열차도 타고 환한 시야로 다시 바라보고 싶은 태종대입니다.
* 태종대: 부산시 영도구 전망로 316